[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일관계가 급진전하는 모양새다.

한일 양국은 수교 50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서울과 도쿄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하는 깜짝 이벤트를 펼치며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의 핵심고리 가운데 하나로 여겼던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도 사실상 해결단계에 들어갔다.

▶한일 4년만의 외교장관회담 딛고 정상회담까지?=한일 양국은 지난달 통상장관회의와 재무장관회의에 이어 4년4개월만의 국방장관회담을 가지는 등 대화의 폭과 깊이를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백미는 21일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간의 외교장관회담이었다.

우리 외교장관의 방일은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11년 5월 당시 김성환 장관의 방문 이후 처음으로,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순수 양자 외교장관회담도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이번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한일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평행선을 달리던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 “세계유산위원회의 책임 있는 위원국으로서 신청된 안건이 원만한 대화를 통해 등재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히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남겼다.

양국은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적시하는 등의 방법에 대해 사실상 공통의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아직 시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지만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일수교 50주년 등 일련의 흐름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유흥수 주일본 한국대사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환 국민대 교수는 “한일 양국은 정치, 경제, 제도, 문화 측면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저성장, 고령화 등 공유하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ㆍ아베 담화 등 난제도=하지만 한일관계가 마냥 장밋빛 청사진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에서는 양국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한일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양국 외교장관이 협력하자, 외교채널로 협의를 계속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남겼다.

양국은 일본 총리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 표명과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등 ‘사사에안’에 더해 우리 정부가 ‘완전해결’을 보증하는 식의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 타결은 어려운 분위기다.

오는 8월 종전 70주년에 나올 아베 총리의 담화도 변수다.

유 대사는 “고노담화 수정을 암시하고, 검증하고, 모호하게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은 일본이 말하는 반성이나 사죄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의문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완 창원대 교수는 “아베 총리는 일본 국내정치 흐름 속에서 보면 일부 우익의 변종이 아니라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며 “한일정상회담이나 아베 담화에서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에 대해 사죄나 반성 등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는 “한일 양국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감정적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고, 일본 역시 한국의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양국이 상호 노력하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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