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기자 2주간의 격리기간을 마치고…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그동안 고생했습니다. 내일부터 3일간은 모니터링만 할 예정이니 지금처럼 체온 측정해서 문자로 보내주세요. 열이 있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시고요. 아직 메르스 확산이 끝난 게 아니니, 회사 나가시더라도 계속 조심하세요.”
지난 21일 새벽 12시. 마침내 14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됐다.구청 측에서 지난 7일 “본지 기자와 기자 가족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설마 14일을 다 채우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정황상 기자를 비롯한 가족들은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일주일만 격리 생활을 하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에 불과했다. 꼭 2주를 채운 뒤에야 기자는 비로소 현관문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격리 생활 내내 기자 가족을 괴롭힌 건 공복감과 소화불량이었다. 식사 후 하는 운동이라곤 거실과 방을 오가는 게 전부라 속이 늘 더부룩했다. 그런데도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하니 외려 먹고 싶은 게 넘쳐나 늘 허기가 졌다. 평소 잘 먹지도 않던 과자가 생각나 하루에도 몇 번씩 온라인 쇼핑몰을 드나들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쓰레기도 괴로운 문제 중 하나였다.
식사는 대부분 주문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거나 배달로 해결했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 우려로 배달원과 직접 대면할 수 없어, 미리 결제를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면 주문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거리가 멀어 배달이 안 되는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이럴 때마다 지인들이 기자 가족의 손과 발이 돼 줬다. 기자의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말에 집 근처 사는 친구가 햄버거 세트와 도너츠 등을 집 앞에 놓고 갔고, 기자 부모님의 지인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과일과 빵, 떡, 심지어 추어탕까지 놓고 갔다. 그야말로 미안함과 고마움의 연속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구청 직원의 눈을 피해 문밖으로 나갔을 게 분명했다.
구청 직원도 고마운 이였다. 원래대로라면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 기자 가족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했지만 담당 직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불편한 점을 물어왔다.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가족들을 대신해 골절상을 입은 기자 어머니의 약을 타다주는 것도 담당 직원의 몫이었다. 이에 기자가 “고생 많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자 그는 “어려운 분들을 만난 몇몇 직원들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자택에서 이탈하는 격리자들에 대한 구청 직원들의 고충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격리 해제일을 맞았다. 하지만 막상 ‘자유의 몸’이 됐음에도 선뜻 문을 열기 어려웠다.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격리 초반에는 “동네 주민들이 격리자들을 꺼린다”는 언론 보도를 기우라고 생각했다. 집 안에만 있느라 주변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한 이유가 컸다.
그러나 격리 일주일이 지날 무렵 기자 어머니의 지인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파트에 메르스 격리자가 산다는 소문이 돈다더라”는 얘기였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결국 개신교 신자인 기자 부모님은 격리 해제 뒤에도 한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격리 해제 이튿날 오전 제일 먼저 한 일은 집 근처 카페 나들이였다. 집에서 타먹는 인스턴트가 아닌, 직접 내린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활기를 느끼고 싶었다.
기자 부모님은 미용실로 직행했다. 특히 기자의 아버지는 2주 동안 이발을 하지 않아 격리 마지막 날엔 80년대 헤어스타일을 방불케 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머리를 자르는 일이었지만 기자와 기자의 가족은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다. 메르스 덕분에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인 셈이다.
23일 현재 아직도 남은 격리자는 3833명에 달한다. 이들이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치기 위해선 주변의 관심과 아낌없는 응원이 절실하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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