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ㆍ신대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오는 25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 정치권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 뒤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안건)을 의결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헌국회 이후 73번째가 된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이 되면 당장 당청관계의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계파간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도 최악의 상황을 맞게 돼 거부권 행사로 인한 정치권의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더 이상 국회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민생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장기 표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령에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받아들인다면 국정 운영의 동력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며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권 행사를 처음으로 시사한 바 있다.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이 낸 중재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한 글자를 고쳤다고 우리 입장이 달라질 수는 없다”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입장에 달라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헌법53조 4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 안건 송부 이후 15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지난 15일에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오는 30일까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로 공포할 지, 아니면 재의 요구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 시점에 대해 청와대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오는 25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제처 관계자도 “물리적으로는 25일 국무회의 때 법안이 상정되면 처리 가능할 정도로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0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30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는 데다 가뭄으로 악화된 민심을 감안해 거부권 행사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소관 부처에서 재의요구 이유서를 작성한 뒤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소관부처가 분명하지 않아 법제처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은 25일 당일 국회로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일 바로 국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회로 보내진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여야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하거나 상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당청관계의 파국을 막자는 친박계와 여권 지도부의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재의결보다는 폐기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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