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는 생각보다 골이 깊었다. ‘메르스 포비아’는 경제의 추동력이라 불리는 두 축(기업과 가계)의 경제심리를 밑바닥까지 끌어 내렸다. 지난해 4월 세월호와 함께 심연으로 가라 앉았던 소비심리는 메르스 두려움에 재차 2012년 유럽재정위기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다.
특히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가계의 소비심리 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어서 메르스 포비아 여파는 올 하반기까지도 한국경제에 상당한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이후 기업들의 경기인식 정도가 2014년 세월호, 이보다 앞선 2012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보다도 심각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까지 후퇴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메르스 충격=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6월 업황 BSI는 66으로 지난달(73) 보다 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56을 기록한 이후 6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업황 BSI는 세월호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5월(77) 보다도 훨씬 낮을 뿐 아니라, 2012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11월(67) 보다도 낮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제2의 IMF’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쪼그라들었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애기다.
박성빈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이와 관련 “BSI로만 보면 메르스로 인한 여파가 작년 세월호 사태로 인한 충격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비제조업 중 특히 여가 서비스, 숙박, 운수, 도소매 등 서비스 부문의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메르스 여파가 6월 한 달로 그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7월 업황 전망 BSI는 67로 전월 보다 9포인트나 떨어진 점만 보더라도 메르스 여파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BSI 조사 결과에서도 7월 종합경기전망치는 84.3으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이는 2012년말 유럽 재정위기 이후 3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BSI 52.0)와 2012년 12월 유럽 재정위기(82.0) 당시 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8월 세월호 사고 여파(91.6) 당시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경제심리를 밑바닥으로까지 끌어내리는 요소가 메르스 하나로 그치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내외 경기불안, 수출부진에 허덕이던 기업들에 메르스 악재가 나오더니, 이번엔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우려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악재만 줄줄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은의 BSI 조사결과 업황 BSI뿐만 아니라 매출, 채산성, 자금 사정 등을 보여주는 부문별 BSI 지수가 대부분 떨어졌다. 또 제조업체가 지목한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이 25.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불확실한 경제상황’ 19.7%, ‘경쟁심화’ 12.2% 순이었다.
▶무너진 소비심리…서비스가 울고 있다=특히 비제조업(서비스)의 6월 업황BSI는 65로 5월보다 11포인트나 떨어져 제조업보다 낙폭이 컸다. 이는 2년 4개월 전인 2013년 2월의 수치(65)와 같은 수준이다. 서비스가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애기다. 이는 앞서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서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9로, 2012년 12월(98)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로 한 달 전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작년 4월 세월호 사고 직격탄에 104까지 떨어졌던 작년 5월 CCSI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급랭했다는 애기다.
특히 가계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생각보다 훨씬 악화됐다. 현재경기판단CSI는 65로 전월대비 14포인트나 떨어졌다. 3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경기전망CSI 역시 79로 12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의 재정상황도 나쁘다. 현재생활형편CSI는 전월 보다 3포인트 떨어져 90을 기록했으며, 생활형편전망CSI(102→96)도 6포인트 떨어져 2013년 9월(95) 이후 1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메르스 사태로 인한 소비위축을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50%로 내렸지만 소비심리 악화는 막지 못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취업에 대한 기대감 역시 꺾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포인트 올랐던 취업기회전망CSI는 이달 들어 79로 한 달만에 6포인트나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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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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