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 70주년 비전·노선 제시할 시점 순안공항 신청사 김일성 초상화 안걸려 배지도 안달고 등장 색깔빼기 나선 듯
개혁개방 경제 담아낸 네이밍에 무게 새로운 권력구조로 개편 가능성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견인이자 고모부였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리영호 군 총참모장에 이어 최근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까지 잔혹하게 숙청한 김 제1위원장의 자신감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김 제1위원장의 ‘홀로서기’는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같은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움으로써 완성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6일 “일단 비전이나 노선을 새롭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만의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김정은 시대’ 선포에 대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해석되는 김일성ㆍ김정일 색깔빼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6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나오는 모습이 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는 동상과 함께 김일성 부자 우상화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김 제1위원장이 이를 달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공사가 이제 막 끝났다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최근 완공된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에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순안국제공항 김일성 대형 초상화는 평양을 찾은 방문객들이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대표적인 ‘촬영 포인트’ 중 하나였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유일영도체계를 완성하고 경제적 발전노선을 수립한 이후 이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도 조만간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성은 6ㆍ25 전쟁 전후복구,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주체확립과 자주노선으로 주체사상을 제시했으며 김정일은 후계체제 확립과 ‘고난의 행군’으로 대변되는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제시한 바 있다. 김 제1위원장의 경우 경제가 다소나마 회복되고 3차 핵실험 등을 통해 나름 체제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 ‘주체사상, 선군사상에 기초한 애국주의’라고 규정한 ‘김정일 애국주의’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북한의 제3의 사상이라기보다는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의 하위개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의 이데올로기는 무엇보다 경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김근식 교수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위기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고 체제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경제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는 김정은이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계승한다고 밝히면서 전통성 계승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북한식 세계화, 국제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변화에 따른 이데올로기를 내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방향은 중국과 베트남 등의 성공적인 경험과 남한의 경제발전 연구 등을 바탕으로 한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북한식 이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방위 제1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새로운 시대와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일성의 주석제와 김정일의 국방위원장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구조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대원·양영경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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