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서울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서 50대 남성이 여성 손님을 붙잡고 ‘심야 인질극’을 벌이다 2시간50여분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 여성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귀가했고,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구속영장이 청구될 전망이다.
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범인 김모(57)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33분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한 제과점에서 여성 손님 M(48) 씨를 붇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이마에 피를 흘리며 매장에 들어왔고, 손에는 빵을 자를 때 쓰는 톱날형 칼 두 자루를 쥐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종업원 3명과 손님들이 있었지만 미처 김 씨를 제지하지 못했다.
김 씨는 손님 중 한명인 M 씨를 매장 구석으로 끌고 가 의자에 앉힌 뒤 바로 옆에 앉아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경찰과 대치했다. 김 씨는 M 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은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에게 “나를 죽여달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미행하는 것 같다. 정신병 치료 경험이 있고 지금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서 톱날형 칼을 들이댔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경찰은 현장에 경찰대학교 위기협상연구센터 등 전문가 50여명을 투입해 김 씨를 설득했다. 두시간여 설득 끝에 김씨는 2일 오전 0시13분께 인질로 잡았던 M 씨를 풀어줬다. M 씨는 지친 표정으로 경찰의 부축을 받고 문 밖으로 나서면서 한차례 주저앉기도 했다. M 씨는 김 씨와 일면식도 없고, 빵을 사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M 씨는 다친 곳은 없었으며 곧바로 귀가했다.
경찰은 이어 12분 후 김 씨가 테이블 위에 있던 포크를 들고 일어서면서 자신의 목을 찌르려고 하자 재빨리 현장을 급습,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경찰 진술에서 “계속 헛 것이 보인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망상의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며 “(설득 과정에서)범인이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강남 번화가에서 인질극이 벌어지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압구정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19) 씨는 “일주일에 3번씩 오는 제과점에서 인질극이 발생해 무섭다”며 “강남도 안전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밤에 무서워서 어떻게 다닐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범행 전 제과점과 100∼200m가량 떨어진 미용실을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미용실 원장은 “인질범이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술병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들어와 ‘500원이라도 좋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해 112에 신고를 했다”면서 “경찰을 부르기 전에 나가라고 했더니 욕설을 하며 나갔고, 경찰에는 ‘다시 오면 신고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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