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간 중국 증시 폭락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달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의 주가는 14.3%씩 떨어졌다. ‘묻지마 투자’ 열풍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주가가 일시에 폭락해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정부의 개입으로 일시적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한 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 경제는 전형적인 압축성장의 경로를 밟아 왔다. 값싼 농촌의 노동력을 동원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었다. 수억명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섰다. 사회간접자본과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는 중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시노펙, 차이나모바일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국유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비효율을 심화시켰고 민간부문의 자율적 성장을 저해했다. 민간부문의 자본 형성은 취약했고 빈약한 사회안전망은 민간소비를 위축시켰다.
최근 중진국 함정 논쟁이 재점화된 것도 중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유기업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유기업은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5%, 10%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정책에 따라 지배력이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철밥통인 국유기업의 부실을 도려내기 위한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변압기 업체인 바오딩텐웨이가 첫 디폴트를 선언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향후 개별적인 금융위험 발생을 용인하고 시장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개혁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증시 폭락에 대응해 기업공개 금지, 주요 주주 주식 매도 금지 같은 강수를 쓴 것은 개혁 의지가 자칫 ‘구두선’에 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 성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텐진(天津) , 선전 등 주요 지역의 실질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GE, 캐터필러 같은 미국 기업의 본국 유턴 현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의 바오청그룹이 생산 거점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옮긴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미국의 민간 조사 기관 콘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총요소생산성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거대 국유기업의 자본수익율도 2009년 10%에서 2013년 6%로 떨어졌다.
급속한 도시화는 양날의 칼이다. 도시인구 비율은 1980년 18%에서 2013년 53%에 이르렀고 2030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北京)-텐진-허베이(河北)성을 아우르는 8.2만 평방마일의 슈퍼시티는 1억3000만명의 도시인구를 창출한다.
도시화는 소비 촉진,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내수 중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빈부 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 계수가 0.49에 달한다. 농촌 평균임금은 도시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상위 5%와 하위 5%의 소득 격차가 2010년 82배에서 2013년 242배로 대폭 늘어났다.
저출산ㆍ고령화야말로 가장 큰 도전이다. 저출산으로 합계 출산률이 1.6명으로 떨어졌다. 미국 2.1명, 인도 1.7명보다 낮다. 60세 이상 인구가 2013년 기준 1억8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2053년에는 4억8000만명이 될 전망이다. 노인 인구의 25% 가량이 빈곤층이다. 노령화, 생산인구 비중 감소,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중국이 누려온 인구학적 보너스가 끝나고 있다.
규제를 벗어난 그림자금융이 GDP의 65%에 달한다. 총부채도 250%를 상회한다고 한다. 과도한 부채와 성장률 둔화가 서로 맞물려 중국 경제의 미래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여전히 정치가 경제를 견인한다는 사실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처럼 경제를 망치는 것은 정치다.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중국 공산당은 증시 폭락 같은 결정적 고비에는 당 우선 정치 우선의 입장으로 돌아선다. 이에 따른 신뢰의 위기야 말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 아닐 수 없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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