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차 · 앰뷸런스 · 장애인차량 등 특수목적차량 만드는 오텍, 캐리어에어컨 인수 ‘날개’…강성희 회장,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다
브라질 업체와 합작사 설립 철도차량용 에어컨 첫 해외수주 동남아 · 아프리카도 진출 의욕
‘성공’ 이란 ‘방심’ 도사린 단어 해외출장 이동중에도 휴식 안취해
난 인사권 가진 피고용인일뿐 고용주는 바로 소비자들입니다
“성공한 기업인도 아니고,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회사의 대표이기 이전에 제 자신도 피고용인입니다. 고용주는 바로 오텍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입니다.”
수차례 인터뷰 일정을 미루며 어렵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오텍 본사에서 만난 강성희(59) 오텍 회장은 인터뷰를 앞두고 겸연쩍어했다.
오텍은 지난해 4491억원의 매출을 올린 특장차 전문기업으로, 이미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캐리어에어컨 인수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공조 설비 시스템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강 회장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회사의 대표라는 자리가 회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권을 가졌다 뿐이지 역시 피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경영 철학”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샐러리맨에서 대표까지=지난 1983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였던 서울차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강 회장의 자동차와의 인연은 불현듯 찾아왔다.
강 회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일본 산업계를 두루 살펴볼 시간이 있었다. 당시 상위 랭킹 회사를 봤더니 금융과 철강, 전자, 자동차 업종이 올라 있었다.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자동차 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왠지 자동차 관련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끌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울차체는 자동차 휠을 제작해 군용이나 특수차량에 납품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영업기획부 특장차 사업부문에서 근무하며 잠수함, 비행정, 철도차량 등 제조하는 미쓰비시, 닛산, 도요타 등 일본 특장차 전문기업들을 탐방하고 돌아오면서 특장차와의 인연은 깊어갔다.
1997년 기아차가 부도를 맞으면서 서울차체도 타격을 받았다. 당시 영업담당 이사였던 강 회장은 회사의 특수목적차량 부문을 떼어 내 2000년 오텍을 창업했다. 신입사원 때부터 사장이 되는 걸 그려왔던 그의 꿈이 마침내 이뤄진 셈이다.
강 회장은 “기존 차량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이 필요했고, 경량화를 통해 적재량을 늘린 일명 ‘탑차’로 불리는 배달용 트럭을 제작했다”며 “이후 택배회사나 과자회사의 배달차량에서 군수차량, 앰뷸런스까지 특수목적차량으로 사업을 특화해 왔다”고 말했다. 오텍은 현재 50여종의 특수차량과 물류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그렇겠지만 강 회장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의 시간이 있었다. 창업하고 몇 달 되지 않았는데, 돌연 삼성자동차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특장차를 공급해오던 오텍은 당시 납품대금 7억~8억원이 묶여버렸다. 35평의 목동아파트가 2억원하던 때였으니 현재 가치로 따지면 약 40억원의 현금흐름이 막혀버렸다.
대금을 못 받은 협력업체들의 시위가 잇따랐고, 삼성은 대구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에 체불된 대금을 우회해서 지불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강 회장은 그때를 떠올리면 “졸지에 불우이웃이 돼버렸다”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 ‘회사 운영하다 몇 번은 죽겠구나’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애인이 편하게 이동해야”=오텍이 제작하는 특장차 중에는 장애인차량도 포함돼 있다. 2000년 초 미국 출장에서 본 장애인 차량이 강 회장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에는 장애인 전용 차량이라는 인식 자체가 희미했던 시기였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인권 의식도 미미했다. 장애인들이 쉽게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에서 강 회장은 이런 제품을 한국에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라이콘 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장애인 전용 차량 제작에 나섰다. 강 회장은 “처음 제작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사업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면서도 “이제는 사업 목적이 아니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며 장애인 차량을 도입할 당시 강 회장은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에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다.
강 회장은 “완성차를 생산하는 한 대기업과 공동 개발해 서울시에 납품하겠다고 하니 대기업 측에서는 제일 먼저 우리의 기술 문제를 우려했다”며 “해외에서는 누구나 차를 자유롭게 다루지만, 한국은 대기업의 전문 기술자들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기술 개발이 늦어진다는 것.
강 회장이 장애인 차량 생산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독일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그는 “특장차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이 벤츠 사의 차량을 자르고 붙이는데도 벤츠 사는 관련 부품 정보만을 제공할 뿐 중소기업의 기술에 대해 어떤 의구심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심을 갖던 강 회장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5일 장애인과 소외계층에 대한 다양한 후원 활동을 인정받아 ‘2014 행복더함 사회공헌 대상’에서 복지사회공헌 부문 대상을 받았다.
▶특장차 기업이 에어컨회사 인수?=강 회장이 이끄는 오텍은 지난 2011년 글로벌 브랜드 캐리어에어컨을 전격 인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강 회장은 “장애인 차량 등 특장차를 개발하기까지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에어컨과 같은 소비재 판매를 통해 기업 실적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그는 “냉동탑차나 앰뷸런스를 보면 고가의 장비와 약품들을 싣고 다니는 만큼 냉방 장치가 필요한데 캐리어의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박람회를 자주 찾는다.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100%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캐리어 인수 목적도 그러한 그의 경영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은 해외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오텍은 지난달 브라질 중견기업 ‘유니코바’와 철도차량용 에어컨 수출을 위한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이번 계약은 오텍캐리어의 철도차량용 에어컨 분야의 첫 해외 수주로 기록됐다.
강 회장은 “브라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중남미 지역에서 철도용 에어컨과 고속철도용 에어컨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오텍그룹 내 특장차 사업도 동시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공조 설비 분야를 앞으로 오텍의 새로운 먹거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공조 시장은 자동차만큼이나 크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요즘 주상복합 건물은 폐쇄형 구조여서 공기 환기와 냉난방 설비의 비중이 커져 공조시스템은 24시간 가동된다”며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삶의 질도 높아져 공조 설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회장은 이 시장 공략을 위해서 ‘캐리어’라는 브랜드가 선봉장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도 학습 中=강 회장은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모터쇼나 공조 박람회에 관련 부서 직원들을 보내고 있다. 일본 산업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 오라고 지시한다. 그가 일본에 주목하는 것은 다소 식상한 이유이긴 하지만 정답일 수도 있다. 그는 “기술력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앞서 있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국의 다음 산업 과정을 예상하려면 일본만한 연구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 몇 개는 일본 제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특허 문제는 없다고 웃어보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샀던 일본 도시바 중고 라디오의 기억이 예순을 바라보는 그의 뇌리에 아직도 깊이 박혀 있는 듯했다. 20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인 에이전트와의 관계도 그의 일본에 대한 애착을 대변한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이동 중에 절대 눈을 감는 법이 없다. 그는 “일본이든 유럽이든 내가 보고 듣는 것이 오텍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쳐도 졸고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성공한 기업가’라는 얘기를 듣는 데 익숙하지 않다. “ ‘성공’에는 어느 한 시점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정도면 잘 된 것 아니냐’ 방심하게 만드는 위험한 단어”라고 해석했다.
캐리어는 100년, 오티스는 150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오텍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은 분명 유한하지만 끊임없는 진화를 위해서 안주해선 안 된다”며 “최고경영자는 그 방향을 제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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