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20일 76.2㎜ 직사화기와 14.5㎜ 고사포로 추정되는 화기로 군사분계선(MDL)에서 특대형 도발을 감행한 것은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김양건 북한 당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포격 도발 직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이번 도발의 배경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있음을 자인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도 같은 날 국방부에 보낸 전통문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적 중대 도전”이라며 “오늘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날 밤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에서 총참모부의 대북 심리전 중단과 군사적 행동 개시 ‘최후통첩’을 승인한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그만큼 껄끄럽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스스로 토로한 바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조치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개소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했을 때에는 ‘서울 불바다’를 운운하며 반발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한 직후인 2010년 6월12일 ‘중대포고’를 발표하고 “전 전선에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흔적없이 청산해버리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포고는 특히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 설치는 우리에 대한 직접적 선전포고”라며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 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듬해인 2011년 2월 탈북자단체 등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하자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반공화국 심리모략 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며 대북전단뿐 아니라 대북 확성기 시설을 겨냥해 위협했다.
북한이 이토록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기상예보, 국제소식, 음악 등과 함께 김 제1위원장 체제에 직접적 타격이 되는 북한 정권의 치부와 고위인사 숙청 소식, 인권문제 등을 다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이라는 점을 감수하고 이례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선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군 당국이 DMZ 11개소와 차량에 장착해 운영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주체사상과 김 제1위원장 우상화에 젖은 최전방 북한 인민군 병사들에게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리 군은 남북이 지난 2004년 북한의 요청에 따라 MDL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설비를 철거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일부 설비를 재설치했으나 방송은 유보하다 이번에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11년만에 재개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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