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코비치 아닌 새 연합정부” 에스토니아 - EU간 통화 파문

‘제2 오렌지 혁명’이 일어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시위대에게 총을 쏜 저격수의 배후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키예프의 마이단(독립) 광장 시위 당시 조준 사격으로 추정되는 총격으로 18~20명이 사망하자, 야권은 야누코비치 정부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저격수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로 사망한 99명중 20여명이 정부측 저격수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은 야권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저격수들이 야권에 의해 고용됐다는 의혹이 담긴 에스토니아 외교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잡은 야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유투브에 올라 온 음성파일은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캐서린 애슈턴 EU 고위대표와 11분간 나눈 통화 내용이다.

통화에서 파엣 장관은 키예프를 방문한 뒤의 인상을 전하면서, 현지에서 사상자 치료를 담당한 올가 보고몰레츠 의사의 말을 인용해 “경찰과 시위대 양측 모두 같은 저격수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엣은 “그(보고몰레츠)가 사진 여러장을 보여주면서, 의사로서 총탄이 동일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며 “새 연합정부는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슈턴 대표에게 “저격수 배후에 야누코비치는 아니라는 것으로 점점 더 이해된다. 새 연합정부의 누군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새 정부가 저격수와 관련해 진상 조사를 꺼려 “새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에스토니아의 슐레프 카니크 우크라이나 담당 대사는 “야누코비치나 야권이 아닌 ‘제 3자’가 경찰 및 민간인 사살의 책임이 있으며, 당국이 저격수의 정체를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첩보기관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 도청 할 능력이 없는 데다, 이번 의혹에 관한 최초 보도가 러시아 통신사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제 3자’가 러시아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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