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공사, 캐나다 NARL 경영진 의사결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36조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변변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원인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공기업 경영자는 국익보다 실적을 우선한 나머지 사업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했고, 투자 결정과 관련된 정부의 감독ㆍ통제 시스템은 부재했다. 그밖에 복합적인 시스템 부실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17일 이번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자원개발 비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각종 변수와 손실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조차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지적된 사례는 ‘자주개발률(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을 무리하게 앞세운 점이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국내 도입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수치 달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실제로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사의 원유는 국내 반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석유공사는 해외 인수 내용을 무리하게 자주개발 실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했다.

심지어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해외유전ㆍ가스전 인수를 통해 자주개발률 5.71%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17개 해외 유전에서 생산된 석유의 국내도입 실적은 없었고, 비상시 반입조항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부실한 사업성 검증 시스템도 도마위에 올랐다. 석유공사가 인수를 결정하기 9일 전에 하베스트와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은 다국적 에너지물류기업 비톨(Vitol)과 ‘원유공급 및 기름판매에 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SOA(Supply and Offtake Agreement)계약을 체결했다.

검찰 측은 “이 계약은 향후 공사와 NARL의 수익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른 채 인수계약 체결했다”며 “인수 이후 강영원 전 사장의 지시로 가스공사에서 NARL의 영업에 대한 직접 참여를 검토했으나, 위 독점계약 때문에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인수 이후 철저한 운영계획도 부재했다. ‘일단 인수하면 운영은 해외 경영진에 맡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NARL의 경우 공사파견 임원이 해외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정보에 대한 접근조차 거부당하는 웃지 못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국내 사업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양양철광산 사업의 경우 총 매장량이 국내 1년 수요량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소외된 국내자원개발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명목 아래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반면 투자결정에 대한 감독과 통제 시스템 부재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사회 등 단계별 통제장치가 존재했지만 최고결정자를 반대하는 의견은 무시됐고, 투자성사를 위한 절차적 사후적인 추인 역할에 그쳤다고 검찰은 지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인 석유공사, 광물공사 등의 자원개발 사업은 혈세를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됨에도 이를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근거법령 미비한 상황”이라며 “공기업의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하는 투ㆍ융자심사, 예비타당성 심사 절차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기업 사장에 대한 투자 프리미엄 재량권 견제 ▷공기업 이사의 책임 규정 실질화도 향후 과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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