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우리軍의 현실 청년층 표심 잡으려 매년 1만원 안팎 인상 북한 도발 우려에 자주방위 예산 치중 생활관 개선·문화혁신 예산은 대폭 삭감
정부가 편성한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에 비해 4% 늘어난 38조9556억원이다.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역대 최대 규모임에 틀림 없다. 북한의 지뢰ㆍ포격 도발 이후 정부는 내년 국방비 중 무기체계 획득과 개발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를 올해 대비 6.1% 늘리며 전력강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병사들의 인건비와 급식ㆍ피복비 등에 쓰이는 병력운영비 역시 올해 15조5963억원에서 4.8%늘어난 16조352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국방예산의 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에도 군의 복지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에 군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내년도 국방예산에서 군 복지의 기본인 병사 봉급은 상병을 기준으로 15% 인상됐다. 부사관, 학군단(ROTC) 봉급과 병사 특수지근무수당, 위험수당 등도 줄줄이 올랐다. 하지만 정작 병영생활의 핵심인 의ㆍ식ㆍ주 개선은 아직 합격점을 줄 수가 없다.
장병 복지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우리 군이 갖고 있는 ‘북한’ 고민거리에서 출발한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과 일촉즉발 상황 속에서 정부는 방위력 증강에 재정 투입의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머리 위에 북한이라는 주적을 두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행해 올지 모를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게 군의 제1과제이기 때문이다.
내년 국방 예산안에는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고고도무인항공기(2983억원), 미사일 도발 등에 대비하기 위한 장거리 공대지유도탄(1517억원), 패트리어트 성능개량(1744억원) 등 예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자주적 방위태세 확립을 위한 차기 전투기, 상륙함 예산도 반영됐다.
이에 반해 병사들이 먹고 자는 생활관 개선 예산은 올해 2239억원에서 982억원으로 대폭 깎였다. 병영 내 독서카페 설치 등 병영문화혁신 관련 예산 역시 2697억원에서 1850억까지 삭감됐다.
일각에서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병사 복지의 현주소를 군 최고위층의 인식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30~40대 지휘관들과 달리 열악한 현실에서 군 생활을 거쳐온 장성급 고위 지휘관들의 가치 우선순위에 ‘병영 복지’는 뒤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군대는 고생하러 가는 곳’이라는 후진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 내무반에 수십명씩 ‘칼잠’을 자고 엄동설한에 얼음물 깨고 샤워를 하며 ‘페치카’에 장작 때던 시절의 병영생활이 요즘 젊은 장병들에게 이해될 리 없다.
장병 복지 향상의 고민은 63만명(2014년 국방백서 기준)의 대군을 운영하는 우리 군의 숙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전력 증강과 장병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복지자원의 배분도 딜레마다.
턱없이 낮은 병사들의 급여 현실화와 열악한 생활관 등 병영시설 개선은 상충되는 ‘미션’이다.
국방예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병사봉급은 2000년 이후 거의 해마다 1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최근 10여년간 이뤄진 병사 월급의 급격한 인상은 청년층의 표심을 노린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군 일각에서는 장병 복지의 대안으로 ‘군 가산점’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병영문화 혁신안에서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친 전역 병사에게 공무원ㆍ공기업 시험에서 만점의 2% 이내로 가산점을 주되, 가산점 부여 혜택을 한 사람당 5차례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군 가산점’과 다름없다. 하지만 여성계와 일부 진보진영의 거센 반대 속에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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