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신임 경찰이 배우는 경찰사(史) 과목 교재가 ‘5ㆍ16 군사정변’ 대신 ‘5ㆍ16 군사혁명’, ‘부마항쟁’이 아닌 ‘부마사태’라고 표현하는 등 군부독재 시절 용어로 기술돼 논란이 된 가운데, 수천명의 신임 경찰이 이같은 교재로 수업을 받는 동안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중앙경찰학교에 따르면 전날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된 경찰사 교재는 지난해 7월 첫 발간된 이래 최근까지 순경 공채로 들어온 신임 경찰 6000여명 이상이 배운 교재다. 경찰학교 측은 “그동안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들이 배우는 교재에서 교육부의 교과서 편수 지침과 달리 군부독재 정권 측에서 사용하던 용어가 사용된 것을 보고도 신임 경찰관들이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ㆍ16군사정변’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 정권 시절에는 ‘5ㆍ16 군사혁명’으로 쓰였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6년에 교육부의 교과서 ‘편수 용어’ 지침이 개정돼 ‘혁명’이 아닌 ‘정변’으로 공식 지정됐다.

그 이후 현재까지 모든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해당 사실을 ‘정변’으로 기술해오고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 ‘혁명’은 주로 피지배층이 국가 권력을 장악했던 계층을 전복시킨 권력교체를 뜻한다.

무력으로 지배 계급내의 권력 이동이 벌어지는 ‘쿠데타’와는 구별된다.

‘5ㆍ16’을 ‘혁명’으로 서술하는 건 군부독재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학계와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유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교재 감수과정에서 사려 깊지 못한 일이 있었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겠다”고 해명했다.

경찰학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 기수부터 문제가 된 용어 등이 수정된 교재를 쓰게 될 것”이라며 “학계에서 5ㆍ16을 ‘군사혁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그 분이 쓴 경찰학 교재를 인용하다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마항쟁’의 역시 지난 5월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부마민주항쟁’이 공식명칭이 됐다.

하지만 경찰학교는 5월 당시 새로운 기수를 맞아 교재 재감수를 거치고도 그대로 ‘부마사태’로 표현했다.

또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ㆍ이한열군 사망사건은 각각 경찰의 물고문과 경찰이 쏜 최루탄 때문에 발생했지만 교재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생략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경찰학교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에 교육부의 교과서 가이드라인에 준해서 사용하는 게 정상”이라며 “역사 용어는 역사 의식ㆍ해석과 직접 연결돼 중요하다. 경찰학교가 정권의 입맛에 맞고 자기들에게 유리한대로만 서술한다면 일본에게 반성을 촉구할 자격이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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