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서울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모(35·여)씨의 살해 용의자 김일곤(48)은 충남 아산의 한 마트에서 주씨를 5분 만에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9일 오후 2시 4분께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운전석에 타려던 주씨를 덮쳐 제압해 조수석에 앉히고는 차를 몰고 오후 2시 9분께 주차장을 빠져나와 납치했습니다.
운전석에 타려는 주씨의 울대를 눌러 제압하고 나서 차에 타면서 주씨를 조수석으로 밀쳐 낸 뒤 차를 몰고 나온 것.
김씨가 주씨를 납치하는 데에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주씨의 차 사이에 큰 기둥이 있어서 이장면이 찍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씨가 차 옆으로 가고 나서 2∼3분 후에 차량 와이퍼가 여러 번 흔들리고 비상등도 한번 켜지는 모습이 찍혔죠.
이때 김씨가 주씨를 강제로 제압하느라 차체가 흔들렸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김씨가 차량에 짐을 싣는 주씨에게 접근해 뒤에 몰래 서 있다가 김씨가 운전석에 타려는 찰나 주씨를 세게 밀치면서 차량 운전석 안으로 밀어넣은 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김씨는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동시에 흉기로 주씨를 위협하면서 운전했다고 진술했죠.
김씨는 그날 천안을 지나다 주씨가 용변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천안시 두정동의 한 골목에 주씨를 내려줬는데 주씨가 이 틈을 타 도망가자 다시 끌고 와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씨는 당초 주씨를 죽이려 하기보다는 차와 휴대전화만 빼앗으려고 했지만 주씨가 용변만 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달아나자 순간 화가 나서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여성 혐오증이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후에는 주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채 서울과 속초, 부산, 울산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주씨의 차를 운전해 서울에 올라왔다가 강원도 속초로 이동했습니다. 마음에 힘들어서였다고 합니다.
그런 뒤 다시 부산 광안리로 향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터에 속초에서 주씨의 신분증을 보고는 주씨가 경남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경남과 가까운 부산에 묻어주고 싶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튿날인 10일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해 다른 제네시스 차량의 앞 번호판을 훔쳐 바꿔 달고서 주로 국도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죠.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주로 주씨의 시신이 실린 차 안에서 잤습니다.
서울에 온 김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성동구 고시원에서 짐을 챙겨서 나와 다시 차에 탔습니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구가 거주지였으나 실제로는 지난달 19일부터 성동구의 한 고시원에 가명으로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습니다.
그러다 성동구 황학로터리 인근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내고서 그날 오후 2시 40분께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씨의 시신이 있는 차량을 주차해 불을 지르고 달아났습니다.
범행 이후 김씨는 하남 등지로 도망을 다니다가 16일 서울로 다시 돌아왔으며, 17일 오전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개 안락사 약을 요구하고 달아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11시 5분께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이달 14일 김씨를 현상금 1000만원에 공개 수배했고 결국 시민 신고로 그를 검거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 식자재 배달업 할 때 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주인들이 주로 여자였다는 언급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여성 혐오증이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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