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박수진 기자] 여야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 ‘이념 전쟁’에 본격 돌입했다.
교육부가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고시를 발표하고, 20일 가량 행정예고 기간이 지나면 국정화 전환이 확정ㆍ고시된다. 여야는 바로 이 기간에 국정화의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한치의 양보 없는 여론전을 시작했다. 여당은 국정화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야당은 국정화를 저지할 동력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11일) 교육부와 첫 당정협의회를 열어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는 등 여론전의 총대를 메고 나섰다. 특히 현행 검인정 체계에서 발행된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역사를 왜곡하고, 학생들에게 부정적 사관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집필진을 보면 거의 대부분 특정 학교나 특정 좌파 집단 소속이 끼리끼리 모임을 형성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좌파 성향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소속이 대거 집필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민족문제연구소에 정당 해산판결을 받은 옛 통합진보당 인사가 참여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세계 유일의 민족 분단ㆍ국가 안보 현실로 볼 때 종북ㆍ좌파 성향 인사 대거 참여한 교과서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울러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강조하며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정이라는 용어는 법적 용어로 어감이 딱딱하다”면서 “(전날 당정에서) 국민들이 알기 쉽게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해하기 쉬운 교과서란 면을 부각시켜 중도층 지지를 호소하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의 백드롭(현수막)은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문구에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새누리당은 무엇보다 20일에 걸친 고시 기간에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방침이다. 대국민 여론전을 본격화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 등 세대ㆍ계층별로 ‘맞춤형 홍보’에 나서고, 각종 홍보물 제작을 준비 중이다. 또 고시 기간에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관련 세미나와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친일ㆍ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국정교과서 추진은 친일을 근대화라고 말하는 친일교과서, 독재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찬양하는 유신교과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권맞춤형ㆍ시대착오적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정부ㆍ여당이 민생과 상관 없는 이념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념이 아닌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이 당당하다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2+2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가 강행하려는 교과서 개정 작업은 국정 교과서 아니라 ‘박정’ 교과서”라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며 농간 부리는 문고리 국사학자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추진되는 박정교과서”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광화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13일부터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장외투쟁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자칫 여야 간 이념 싸움으로 치부될 경우 중도층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념 싸움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지만 대다수 중도층이 이를 정쟁으로 인식할 경우 정치 외면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화 저지를 위한 대책 논의 과정에서도 중도층이 야당의 국정화 저지에 호응할 수 있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여당은 ‘단일교과서’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국정교과서가 ‘시험보기 쉬운 교과서’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데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여론전이 사실상 여야의 중도층 공략인 만큼 야당도 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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