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강행…고시 전 여론전 시작 -與 ‘올바른 역사교과서’ 프레임 전환 시도…12일 백드롭 교체 등 홍보전 올인 -野 ‘친일독재미화’ 규탄 나섰지만 한 발 늦은 홍보전략…장외전, 묘수 없어 고민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결국 여론 싸움만 남았다. 교육부가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강행하면서 사실상 법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 통상 확정고시 전 행정예고 기간은 20일 정도다. 정부여당은 이 기간 국정화의 정당성을 내세워 여론의 지지를 기반으로 고시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야당에게는 여론이 유일한 반전 카드다. 악화된 여론으로 정부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방침을 뒤집는 기적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12일 여론전의 깃발을 먼저 들었다. 정부여당은 지난 11일 당정협의, 12일 행정예고를 거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프레임으로 정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이란 용어가 법정 용어이지만 알기 쉽도록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화’란 용어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희석시키고,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가 좌평향된 ‘바르지 못한’ 교과서라는 프레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이날 행정예고를 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발맞춰 이날 당대표실 백드롭(벽면홍보물) 문구도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라고 수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정(朴定)교과서’ , ‘친일독재미화교과서’라고 표현하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 친일과 유신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체가 참여하는 피켓시위를 통해 이른바 ‘장외투쟁’의 막을 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비해서는 여론전 전략에 아쉬움을 보였다. 정부여당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념색은 줄이고 국정화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설득하려는 전략을 보인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왜곡이라는 프레임 이상으로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한 여론전이 자칫 이념전쟁이나 정쟁으로 인식될 경우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당 내 우려도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백드롭 등을 전면 교체하며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은 당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민주 60년’과 국민예산마켓 홍보 백드롭을 그대로 사용했다. 당 대표실은 지난 11일에서야 전략홍보본부에 백드롭 교체와 당이 내세울 프레임 및 홍보 전략을 요구했고 12일 오후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인 도종환 의원과 손혜원홍보위원장 등이 이와 관련 대책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 투쟁도 여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대중에게 국정화 저지가 필요한 이유를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대안이 없어 국회 밖으로 나간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원내 지도부는 정부여당이 원하는 노동개혁 법안 처리나 예산안 등과 연계해 국정화를 막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노동개혁은 국정교과서 논란이 있기 전부터 야당이 반대하던 사안이기 때문에 연계할 명분이 없고,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결국에는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잘못하다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방법이다. 예산도 시간 끌면 결국엔 저쪽을 돌와주는 꼴이 된다”라고 난감함을 드러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정교과서 강행 규탄대회를 열고 ▷친일미화 국정교과서 즉각 중단 ▷국민여론 무시한 행정고시 강행 철회 ▷ 허위문서로 국민속인 교육부 책임자 즉각 사퇴 ▷민생외면하고 국론 분열시키는 박근혜 대통령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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