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추석이나 설이 지나면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장시간의 귀성ㆍ귀경길을 소화하고 명절음식 준비 등을 하다 보면 시댁ㆍ친정 가족과의 사소한 마찰에도 우울감이나 짜증이 증폭된다.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면 평소 남편에게 쌓였던 불만이 폭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난 뒤 갈라서는 부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법원에 이혼 접수를 신청하는 부부는 평소보다 10~20% 가까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은 9월 이혼 신청은 1만3314건이었지만 10월 들어 1만5957건으로 전달보다 19.8% 늘어났고, 지난해 역시 10% 넘게 늘었다.

▶가족문제가 이혼 불씨로=추석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아내들에겐 가족들이 하는 덕담이나 충고도 자칫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최근엔 남편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지만, 며느리 역할을 해내야 하는 아내들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A씨도 “아이 돌보랴, 차례 준비하랴 가뜩이나 힘든데 은연중에 남편이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는 걸 내조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울화가 치밀 때도 있다”면서 “자기가 받는 스트레스만 얘기하는 남편 태도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2006년 중학교 선배와 결혼한 채모(39)씨의 결혼생활은 신혼 초부터 흔들렸다. 산후풍과 산후우울증을 앓고나서 집안일을 어려워하는 자신에게 “전업주부가 가사에 소홀하다”고 면박을 주는 남편에게 큰 실망을 하면서다.

잦은 다툼에도 꾹 참고 살던 채씨는 2013년 추석 고향인 완도에 내려갔다가 이혼을 결심했다. 연휴 마지막날 들른 친정집에서 시동생 집들이 참석 문제로 싸운 남편은 자신과 딸을 두고 혼자 상경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를 꾸짖는 장인과도 서로 언성을 높이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채씨 부부는 다음달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4월 이혼 도장을 찍었다.

▶추석 말싸움에 ‘욱’…폭행 =추석 기간 시작된 말다툼이 극단적으로는 남편의 폭행으로까지 이어져 파경 위기를 맞는 부부도 있다.

2013년 6월 결혼한 김모(34ㆍ여)씨 부부는 3개월 만에 별거를 시작했다. 추석 연휴 전에 미리 시댁에 가서 일을 돕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한 김씨의 남편이 그의 어깨를 밀고 쓰러뜨려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한 것.

이 일로 김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남편은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김씨의 애정도 식었고 별거기간은 길어졌다. 김씨는 올해 5월 법원에서 위자료 2000만원을 받고 이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 6월 남편과 갈라선 신모(36)씨는 추석, 명절이라는 단어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 4년 전 결혼하자마자 처음 맞이한 추석 때 차례상 준비 문제로 남편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다.

신씨는 ‘남편이 며느리로서의 의무만 강요한다’고 느낀 반면, 그의 남편은 ‘임신 중이란 이유로 추석 때 차례 준비를 시부모와 형수에게 떠넘긴다’고 불만을 가졌다. 그 이후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사실상 ‘무늬만 부부’로 살던 신씨 부부는 작년 추석 이후 이혼소송을 밟기 시작했고, 항소심까지 간 끝에 갈라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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