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일 인천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분쟁 제 2라운드’ 발발 이후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롯데면세점 사회 공헌 계획을 밝힘으로써 면세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가족 간 분쟁에도 흔들림 없이 경영활동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했다.
신 회장이 밝힌 사회공헌 계획 ‘상생 2020’은 ▷중소ㆍ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내용은 대부분 지난달 23일 ‘비전2020’을 통해 발표됐던 것이다. 총수가 직접 롯데면세점의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고, 두산 등의 면세점 공세에 대한 수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자리여서 업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떤 사안의 경우 중요한 핵심은 내용이 아닌 형식을 통해 드러났다. 새로운 내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의미 있었던 것은 시기와 장소 등 형식적인 부분 때문이다.
신 회장의 이날 행보는 지난 8일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한국과 일본에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적어도 겉모양은 ‘아버지와의 대립’으로까지 확대돼 재발했지만, 계열사의 현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룹 내부를 단속한 것이다.
신 회장은 행사장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약속드린 경영투명성 제고와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롯데를 국민 여러분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하며이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현재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으로서, 신 회장이 약속한 기업구조 개선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중심에 있는 사업이다. 면세점 특허를 빼앗길 경우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이고, 기업 순환 출자 고리 해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두 발 벗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행사 장소로 선택한 제2통합물류센터는 면세사업에 대한 롯데의 의지와 경쟁력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통합물류센터는 롯데면세점 사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곳으로, 롯데면세점의 ‘심장’으로까지 불리는 곳이다. 연면적 5만4000㎡의 이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경쟁업체들의 물류센터 면적을 모두 합쳐도 그 규모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35년간 면세점을 운영해 온 사업자로서의 보세 관리 역량이 총집결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말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SKㆍ두산ㆍ신세계가 노리고 있고 독과점 및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에 여론이 좋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롯데가 특허 수성을 자신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우리는 듀프리나 DFS 등 세계적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고 있고, 그 사업자들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 경쟁자”라며 “(SKㆍ두산ㆍ신세계 가운데)특별히 우리의 경쟁 상대라 생각하는 사업자는 없다”고까지 했다.
롯데는 오히려 면세사업은 수출사업임을 강조하며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가까이는 내년 일본과 태국에 대규모 시내면세점을 오픈하고, 싱가포르ㆍ홍콩의 2위 사업자와 경쟁을 통해 2016년 세계 면세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은 한국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해 3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 세계 3위의 면세 사업자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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