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배당으로 받는 금액은 112만원이다. 그런데 1억원을 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TSMC에 투자했다면 261만원을 배당금으로 쥘 수 있다. 같은 돈을 일본의 가전업체인 소니나 도시바에 투자했을 때 배당금은 각각 142만원, 183만원으로 삼성전자보다 많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단적인 예다.
과거 한국은 일본과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해 빠른 속도의 성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6조7700억원으로 5년전인 2008년 4조1300억원에 비해 9배 가까이 급증했다. 배당이 적어도 고성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주가 차익만으로도 ‘보상’이 됐다.
성장 신화가 꺾인 지금은 다르다.
블루오션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투자도 않으면서 현금을 쌓아두고 ‘짠돌이 배당’을 하는 행태가 투자자의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
18일 헤럴드경제가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을 아시아 경쟁사들과 비교해봤다. 배당수익률이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로, 주식을 산 투자자가 기업으로부터 직접받는 수익을 뜻한다.
비교 결과 지난달 23일 배당을 발표한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0.84%인 반면 도요타의 배당수익률은 2.09%에 달했다. 현대차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 배당으로 8만4000원을 받는 반면, 도요타에 투자하면 20만9000원으로 껑충 높아지는 셈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MSCI 코리아 기준 2013년 배당수익률이 1.33%로 45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면서 “게다가 한국 시장이 최근 3년 간 이익 감소 기조로 들어가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배당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배당 기조가 한국 시장의 저평가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의 배당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낮고,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더욱 낮다”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에 장기투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배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세 차익은 변동성이 있는 만큼, 배당이 뒷받침돼야 투자 유인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대만 기업 수준으로만 배당에 나설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2600선에 닿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배당문화는 이같은 기대에 못 미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 연속 배당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2011년 1.20%, 2012년 1.13%, 2013년 1.06%로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대표기업부터 배당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1월 어닝쇼크로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에 대해 시가배당률이 2.5%는 돼야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송성엽 본부장은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고 과잉 잉여금을 쌓는 부분에 세금을 매겨 배당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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