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에서 주인공 벤은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받고 그의 지원 덕분에 뉴욕 미술계의 유망주로서의 명성과 부를 한꺼번에 얻게 된다. 영화 ‘위대한 유산’ 스토리와 같이 익명의 복지가가 거액의 자산을 친족이 아닌 남에게 남기는 일은 우리와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자녀와 배우자에게 상속하게 되고, 그것도 민법에서 정한 상속비율로 배분되는 것을 기본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에서도 재산을 상속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남길 수 있고, 상속 받는 사람 중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있다면 그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특별히 배려할 수도 있다. 이를 ‘유언상속’이라 한다.

유언 없이 운명하게 되면 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상속’에 따라 재산이 나눠진다. 상속재산의 분배는 상속 받는 사람들 간의 합의 또는 법원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 우선, 상속되는 재산과 빚을 확인하고, 그 다음 상속 받는 사람들 간에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누구라도 돌아가신 분의 부양에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생전에 증여한 재산까지 분할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주장하면, 분쟁과 소송이 발생하게 된다.

유언을 남기면 법정상속보다는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좀 낮아진다. 그런데 유언을 남기더라도 유언집행 과정에서 가족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열심히 일하여 모은 재산을 두고 사후에 가족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진 자산가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속분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상속분쟁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금융회사를 통한 ‘유언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을 하는 사람이 예금,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말한다.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생전에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으므로 자산형성이 도움이 되고, 사후에는 계약에서 정한 재산배분이 신속하게 이루어 진다.

금융회사가 상속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일주일 정도면 상속재산 분배가 완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의 과정이 짧으면 짧을수록 분쟁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리고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 특정 기간 동안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생활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내용으로 관리해주는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물론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와 같이 자신의 은인을 위하거나 공익목적으로 재산 중 일부를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한편, 상속을 하는 사람이 운명하기 직전까지 상속 재산배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가족에 대한 오너십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유언대용신탁과 함께 상속 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성년후견약정을 맺어 배우자의 안락한 노후를 도울 수도 있다. 고령화·저성장 시대에서 ‘유언대용신탁’은 부의 증식, 안정적인 부의 대물림 및 사후 가족의 평온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오영표 신영증권 Asset Allocation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