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심사 우려속 與 예산안 단독심사 착수…누리과정·문예기금 예산 등 갈등 숨은 뇌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5일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지난 3일 국정교과서 확정고시로 국회가 ‘올스톱’ 된 지 3일만이다. 안민석ㆍ홍일표ㆍ변재일ㆍ배재정ㆍ김영록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예결위원들은 이날 예결위에 참석해 정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언쟁을 벌이던 끝에 야당 의원들은 결국 퇴장했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안 계신 가운데 심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원래 양 간사 간에 합의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합의 내용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약 3주밖에 남지 않았다.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등 숨은 뇌관도 많다. 예년 같으면 전쟁이 벌어졌어야 할 예산안 심의가 ‘역사전쟁’에 완전히 묻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이제는 민생입니다’라는 새 문구를 공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이제는 민생입니다’라는 새 문구를 공개했다.

▶데드라인 다가오는데 심사 ‘공회전’=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이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의 예산심의권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결위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일정에 쫓기다 보면 결국 졸속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감시해야 할 의무를 방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예산심사 파행이 거듭되면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결위는 부별 정책질의를 통해 문제예산을 솎아내야 하지만 국정교과서 문제로 차질을 빚었다. 2~5일까지 나흘간 예정된 부별심의가 야당의 보이콧으로 이틀간 헛돌았다. 오는 9일부터 예정된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일정도 차질이 우려된다. 예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예결안 심사에 불참하고 있지만 야당 의원들도 지역 예산을 챙겨야 할 것 아닌가. 마음이 급하긴 야당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예산심사라는 게 계수조정소위(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소위에서) 현미경 심사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또 “국가예산을 심사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지역구 예산 챙기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다”며 “여당 의원들은 상습적이고 습관화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싸우는 긴 기간 동안 역사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싸우는 긴 기간 동안 역사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교문위 예산소위도 스톱…누리과정 예산도 뇌관=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예산안 심사도 ‘올스톱’ 상태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는 국정교과서에 밀려 논의의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지만 누리과정 예산은 언제든 예산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는 교육부가 그나마 기재부에 편성 요청은 했는데 올해는 요청도 안 했다. 작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누리과정은 올해부터 정부의 지원이 중단돼, 소요 예산 전액을 시ㆍ도교육청 기본재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게 됐다.

전국 시ㆍ도의회 교욱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에 대한 심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의 무상교육 선거공약으로 누리과정이 확대된 만큼 필요한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역사교과서와 별개로 여야 간 이견이 워낙 크다”며 “지난해처럼 상임위 차원에서 결판이 안 날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정무적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예기금 예산안도 ‘정치’가 쟁점=문화체육관광부의 문예기금 예산안 심사도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건비로 73억2700만원을 요구했으나 야당 소속 교문위원들은 41억5000만원의 감액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치검열에 대한 징벌적 예산삭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기관운영비 37억8100만원에 대해서도 야당 교문위원들은 징벌적 예산삭감을 이유로 “기관운영비 50% 삭감”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아무리 검열 논란이 있었다 해도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징벌’ 운운하며 예산을 감액해선 안 된다”며 “야당 의원들이 심의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파행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정국 경색이 풀린다 해도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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