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지구촌을 경악케 했다. 이번 사태는 디젤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친환경차로 둔갑시킨 전형적인 ‘사기극’이다.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가동되면 도로주행시 성능과 연비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폴크스바겐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로 그룹에 깊이 뿌리박힌 디젤차에 대한 집착이다. BMW나 다임러 벤츠 그룹이 전기차나 연료전지 개발에 나선 반면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에 올인했다. 스스로 디젤차의 왕으로 인식했다. 디젤차가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보다 우월하다는 신념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 비해 훨씬 엄격한 배기량 기준을 적용했다. 미국 환경청의 집요한 조사결과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마르틴 빈터코른 전 최고경영자의 야심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2007년 취임한 이래 공격적 경영전략을 구사해 왔다. 2018년까지 연 1000만대를 생산해 세계 1위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린 디젤과 미국차 시장 공략이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한 키워드였다. 2011년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10년내 미국내 판매를 3배이상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3%미만에 불과했다. 비용을 절감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배출가스 조작은 비용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된 셈이다.
지나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도 지적해야 한다.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팽배해 있다.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에 집중되었다. 하부조직의 창의적 제안이나 이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경직적 조직 문화가 조성되었다.
복잡한 그룹 지배구조도 문제였다.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78년전 창업한 이래 후손들간에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었다.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친손자 볼프강 포르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트리 등 12개 자회사를 거느린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빈터코른을 앞세운 반격에 금년 봄 감독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본사가 있는 니더작슨 주가 20%의 지분을 갖고 있고 근로자와 노동조합 대표도 감독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델러웨이대 찰스 엘슨 교수의 “폴크스바겐의 지배구조가 이번 사태를 잉태하였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태의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ZEW 경제연구소는 폴크스바겐 스캔들과 신흥시장 성장 둔화가 독일경제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의 베르너 호이에르 행장은 융자자금이 적절히 사용됐는지 조사해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상환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위기수습에 10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에서는 7명 중 한명이 직간접으로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75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상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거와 같은 영광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독일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단위당 노동비용이 2012년 이래 연 2.4%씩 상승하고 있다. 작년의 2.9% 인상율은 프랑스의 2배 수준이며 향후 10년간 인건비가 30%이상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소기업 미텔슈탄트도 경영진의 노화 현상이 심각하다. 2017년까지 58만개 기업 경영진이 교체될 전망이다. 중위 연령이 46.2세로 영국 40세, 미국 38세, 중국 37세보다 훨씬 높다.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초고령국가에 진입했다. 60세 이상 인구가 27%로 2050년에는 39%에 달할 전망이다. 2020년까지 180만명의 숙련노동자가 부족하다. 출산율이 1.4명에 불과해 8100만명인 인구가 2060년에는 6800만~7300만명으로 감소한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독일이 이번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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