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사무실 한 달 임대료를 못내서 파산신청을 하고, 고객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 주는 ‘집사변호사’ 논란까지….”

고소득 전문직의 대명사로 통했던 변호사 직업군에서 요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전체 변호사 숫자가 급증하고 업계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금전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의 재정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과의 관련성’ 연구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10명 중 약 6명이 재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포함돼 있었다.

변호사 2만명 시대, 업계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금전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헤럴드경제DB]
변호사 2만명 시대, 업계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금전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헤럴드경제DB]

대한변협과 아주대 의과대학원 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윤리연수를 수강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유효 답변지 681부를 분석에 사용했다.

조사결과 이들 중 55%가 재정적 스트레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131명(19.1%)은 재정적 스트레스가 ‘높음’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재정적인 스트레스가 높다’는 응답이 남성 변호사(20.2%)가 여성 변호사(15.6%) 보다 많았다.

실제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회생을 신청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변호사 파산이나 회생 신청 사건은 13건에 달하고, 작년 서울지역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본안사건 기준)는 1.9건까지 하락했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재정적 스트레스가 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134명(19.5%)이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 변호사는 전체 160명 중 36명(22.5%)이 정신건강의 고위험군으로 나타나 남성 변호사(18.6%) 보다 3%포인트 가량 많았다.

재정문제와 정신건강 간 높은 연관성도 입증됐다. 재정적 스트레스가 ‘높음’이라고 답한 131명 중에서 63명(48.1%)이 정신건강 고위험군에도 공통으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집단군에 비해 고위험군에 속할 확률이 11.31배나 높았다.

또한 전체 대상자의 약 3분 1의 정도(29.4%)가 높은 재정적 스트레스 또는 정신건강 고위험군 중 어느 하나 이상에 노출돼 있었다.

연령별 정신건강 고위험군의 경우 ‘40세 미만’에서 23.9%, ‘40세 이상 50세 미만’에서 19.7%, ‘50세 이상’에서 10.9%의 순을 나타났다. 젊은 변호사들이 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변호사의 정신건강에 있어서 재정적 스트레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변호사 자격 취득자의 적정 배출수와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 등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