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 인천 시화공단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이모 씨는 지난 2년간 회사와 쓴 근로계약서만 10장이 넘는다. 정규직 전환 책임을 회피하려는 업체의 요구 때문이다. 현행 기간제법상 사용주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하면 상시적인 일자리로 간주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을 수개월 단위로 쪼개면 형식적으로 ‘2년 연속 근무’가 아닌게 되기 때문에 이런 꼼수를 쓴다. 주위에 이씨와 같은 사례는 흔하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 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 12일 금재호 교수(한국기술교육대 HRD대학원)가 노동경제학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기간제법의 고용효과에 대한 평가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법이 시행된 후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율은 평균 0.8%에 불과했다. 특히 작년에는 고작 0.4%였다. 비정규직 1000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은 4명에 그쳤다는 얘기다.
정규직 전환율은 기간제법 실시 이전인 2001~2007년간은 평균 1.3%이었으나 기간제법 시행 이후 0.8%로 크게 낮아졌다. 또 2001∼2007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걸린 기간이 평균 2.37년이었으나, 2008∼2014년에는 그 기간이 평균 3.72년으로 늘어났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소요기간이 오히려 1년 이상 길어졌다.
금 교수는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된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 증대,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확대, 정규직 전환율 하락 등의 문제점을 불러왔다”며 “기간제와 정규직 간 임금격차의 37.7%는 근속기간의 차이에서 생기는 만큼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려 임금격차 해소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규직전환 지원책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141개 기업에서 1359명의 전환계획을 신청했으나 실제 정규직 전환은 19개 기업, 55명에 불과했다. 이러다보니 9월말까지 고작 3000만원(올해 예산 196억원의 0.2%)을 집행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사업실적이 저조한데는 정규직 전환 시 임금상승분 외에도 최저임금의 120% 이상, 4대 사회보험 가입, 기존 동종·유사 업무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 등 불합리한 차별 금지 등 각종 조건을 맞추다보면 정작 기업들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 신청 기업 수는 많지만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은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승인을 받고도 계약기간이 남았거나 결원이 생겨야 가능하다며 전환을 미루는 기업이 일부 있다”며 “승인 후 정규직 전환까지 6~7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전환된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9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업주에 대한 지원금을 1인당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매월 임금상승분의 50%에서 70%로 상향조정했다. 지원금 수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규직 전환 사례가 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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