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임창정의 노래에는 남자의 가슴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미 나에게로’ ‘날 닮은 너’ 등 히트곡 대부분이 부르기 까다로운 고음역대의 곡들이지만, 노래방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부르는 남자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에 임창정의 지질한 밑바닥 인생 연기의 ‘갑(甲)’이라는 이미지는 공감대 형성의 끈을 더욱 단단하게 묶는다.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후렴구의 가사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가 인상적인 ‘소주한잔’이 노래방 추천곡 리스트 상위권 놓여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임창정이 정규 12집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2009년 작 정규 11집 ‘리턴 투 마이 월드’ 이후 5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올해로 가수 데뷔 20년째를 맞은 임창정을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임창정 “난 아티스트 아닌 철저한 광대…팬들이 내 존재의 이유”

임창정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별 외 모든 이별을 흔하다고 여기는데, 이는 자신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앨범의 제목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는 남들에겐 흔할지언정 내게는 특별한 감정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흔한 노래’를 비롯해 ‘보내야 했을까’ ‘어느 하루가’ ‘죽어라 잊어도’ ‘바보’ ‘임박사와 함께 춤을’ 등 총 12곡이 담겨있다. ‘소주한잔’을 만든 이동원이 작곡한 ‘죽어라 잊어도’, 가수 휘성이 작곡으로 참여한 ‘마지막 악수’ 외에는 대부분 신인 작곡가의 작품이다. 앨범의 프로듀싱까지 맡은 임창정은 200여 데모곡들을 직접 듣고 수록곡을 선별했다. 특히 ‘너의 미소’에는 jTBC ‘히든싱어’ 임창정 편에 출연했던 모창 능력자 6명이, ‘임박사와 함께 춤을’에는 이박사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성열(기타), 이태윤(베이스), 장혁(드럼), 융스트링 등 정상급 세션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에 신경을 쓴 부분도 눈에 띈다.

임창정은 “한 작곡가로부터 2~3곡을 받아 실어서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줬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수록곡들 모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며 “나는 요즘 아이돌과 똑같이 음악을 듣고 트렌드에 신경을 쓴다. 기존의 이미지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음악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신인 작곡가들의 곡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앨범을 듣는 팬들이 감정이 널뛰는 일이 없도록 전반부는 차분한 분위기의 발라드, 후반부는 신나는 분위기의 곡들로 채웠다”며 “‘너의 미소’에서 나와 모창 능력자들의 목소리를 구별해내는 일도 수수께끼처럼 즐거울 것이다. 이박사가 참여한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제2의 ‘문을 여시오’를 의도하고 만든 국적ㆍ장르 불명의 곡인데, 타이틀곡보다 더 반응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임창정은 지난해 이혼 소식을 전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를 두고 무분별하게 쏟아진 각종 루머는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임창정은 “충분히 아플만큼 아팠다. 고민이 현재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진 않는다는 생각에 억지로 웃기 시작했다”며 “계속 웃다보니 웃음이 자연스러워졌고 좋은 일과 웃을 일이 많이 생겼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면 행복도 뒤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오로지 팬들과 공연장에서 만나기 위해 앨범을 발표한다며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철저한 팬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광대”라며 “앨범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는다. 몇 명이 됐든 내 무대를 지켜볼 팬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호흡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임창정은 오는 5월 23~24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7개 도시 10회에 걸쳐 펼치는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그는 “30대 이상의 팬들에게 초점을 맞춘 무대를 만들 생각”이라며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예능, 뮤지컬의 요소를 결합한 버라이어티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