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추진경쟁 속 논란 가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국가’ 추진위원회를 정부 주도로 발족시켰다. 이스라엘 월간지 ‘이스라엘 투데이’에 따르면 베냐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이스라엘에서 현금 거래를 금지시키기 위한 세 단계 조처’를 발표하고 현금 거래를 아예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초기에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최소한의 현금거래를 허락하지만 이스라엘 내 가능한 모든 거래에서 전자 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이 언론은 정부가 ‘현금은 나쁜 것(Cash is Bad)’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98~99%의 거래가 현금 없이 진행되고 있어 ‘현금 없는 사회 구현’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은 대중교통요금의 현금 결제를 제한하고, 약 70%의 시중 은행이 전자 결제수단 만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ATM기마저 없애는 추세다. 아이들의 용돈, 교회 헌금, 심지어 노숙자가 거리에서 잡지를 팔려면 카드 결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전자결제 사회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는 작년에 발표한 현금 폐지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9월부터 현금 결제 상한액을 1000유로로 제한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일부 소매 업종에 대해 현금 결제를 강제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중이다. 벨기에는 5000유로, 스페인은 2500유로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때 현금으로 구입하지 못한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전자적 수단을 사용한 지불결제만을 허용하는 ‘현금 없는 사회’ 추진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스웨덴의 경우 서로 ‘세계 최초의 현금없는 사회’가 되겠다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리 비용 줄고 지하경제도 축소=이들 국가들이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현금으로 유발되는 비용을 감소시켜 전반적인 경제시스템 효율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별로 현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살펴보면 북유럽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3%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는 약 1.1%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현금사용으로 연간 20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세수 결손으로 인한 정부의 손실이 약 1000억달러로 가장 높다. 또 세수와 관련이 있는 지하경제규모와 국가별 현금사용비중 관계를 살펴보면 GDP에서 현금결제비중이 낮을수록 지하경제규모가 축소된다.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의 2011년 분석 자료에 의하면 현금결제비중이 50% 이하인 국가들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2%인 반면 현금결제비중이 80% 이상인 국가들의 지하경제규모는 평균 32%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높은 신용카드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하경제 규모는 OECD 평균(18~20%)을 크게 상회하는 25%를 보이고 있다. 이는 멕시코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현금 없는 사회는 왜 필요한가?’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금사용비중과 지하경제비중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관련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현금 보유와 관리비용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효과, 범죄 방지 등 순기능 vs 정부 통제 강화=비현금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현금없는 사회가 경기 불황 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과 유로존이 ‘제로(0) 정책금리’ 시행에도 경기부양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민간의 높은 현금 보유 성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현금보다 전자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는 데 따른 것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과 소비자는 현금을 투자하기보다 비축하려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 화폐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표적인 비현금 결제수단인 카드보급이 세계 경제성장에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2년 5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드보급으로 이들 국가의 총 GDP는 연평균 0.17%포인트 상승했으며, 특히 신흥국일수록 카드보급의 소비촉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 안정 측면에서도 ‘현금 없는 사회’는 현금 사용으로 유발되는 각종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미주리주가 저소득 층에 대한 생활보조금을 현금과 교환 가능한 쿠폰에서 기명식 전자결제카드로 전환한 이후 범죄율이 9.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범죄 유형별로는 특히 현금 보유와 관련된 강도와 절도가 제도 시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현금 없는 사회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현금 없는 사회는 모든 돈을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계좌에 넣어놓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현금을 없애고 전자 화폐를 사용하면 정부가 국민 개개인이 언제 어디서 돈을 썼는지 추적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외에 정치ㆍ외교적 무기로 이용돼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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