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수험생활 끝내는날 2016년도 시험 이틀앞으로 올해도 63만 1천여명 응시 고교추천등 여파 위상 낮아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국민시험 위용 2000년대 들어선 수능한파 없어 심리적 위축감이 더 큰 추위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중고 12년의 수험생활을 끝내는 날. 동 틀 무렵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맞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은 꽁꽁 얼었다. 새벽부터 교문에 모여든 후배들이 건넨 핫팩과 따뜻한 캔커피를 볼에 갖다 대며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지만 긴장감은 쉬 풀리지 않는다. 아들 딸을 고사장에 들여보낸 엄마의 기도하는 손도 바들바들 떨린다.한 곳에서 시작된 흐느낌은 어느듯 울림이 되어 번진다.

온 국민을 가슴졸이게 하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993년(1994학년도 대학 입시) 시작된 수능은 수험생의 인생 전반을 사실상 판가름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도 출신 대학이 평생 꼬리표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63만1178명이 수능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해마다 수십만명의 수험생과 부모, 친인척 등 거의 전 국민이 수험생이 되는 수능은 사실상 ‘국민시험’이다.

▶위상 낮아진 수능…“하지만 여전히 인생역전 가능한 ‘국민시험’”=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줄이겠다’며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면서 최근 들어 수능은 ‘물수능’이라 불릴만큼 난이도가 낮아졌다. 과거에 비해 위상도 떨어졌다.

최근 고려대가 현재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입학생의 절반 가량을 고교 추천 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능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수능의 변별력을 믿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시 모집 때 우수 학생을 입도선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대입 당시 29% 대 71%였던 ‘수시 대 정시’ 모집 선발 비중은 올해 67.5% 대 32.5%로 역전 됐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대학이 학생부 위주인 수시에서 우수 학생을 뽑으려고 입시 전형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능은 여전히 ‘국민 시험’으로서 위용을 잃지 않고 있다.

쉬운 수능이라도 수시 모집은 등급, 정시 모집은 백분위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수 하나로 한 등급, 한 점이 깎이게 되면 대학 진학에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정시 모집의 실질 반영 비율은 100% 가까이 되고, 수시 모집도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수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수능은 학생부 교과ㆍ비교과 영역이 좋지 않은 수험생에게는 여전히 ‘인생역전’을 꿈꾸게 하는 희망이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의 상당수는 정시 모집 정원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임 대표는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여전히 목표 대학의 모집 비중이 높은만큼 수능을 통해 목표 대학과 학과를 진학할 수 있다”며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정시 비율이 낮아 수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상당수 상위권 수험생이 수시 진학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소신지원을 하고 전형과 가ㆍ나ㆍ다 모집군(群)을 잘 선택하며 진학 대학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63만 수험생은 물론 가족, 후배, 지인까지 온 국민을 가슴 졸이게 하는 ‘국민시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23회째인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의 눈빛은 마치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앞둔 무사처럼 비장하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63만 수험생은 물론 가족, 후배, 지인까지 온 국민을 가슴 졸이게 하는 ‘국민시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23회째인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의 눈빛은 마치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앞둔 무사처럼 비장하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수능 한파’ 2000년대 들어 잠잠…“큰 스트레스 원인”=기상청에 따르면 수능 시험 날인 12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6도 등 평년보다 2~5도 가량 높고, 낮 최고기온도 서울 14도 등으로 평년과 비슷하다.

해마다 수능 당일 한파가 찾아오는 듯한 기억이 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실제로 수능 한파는 흔치 않았다.

1993년 첫 시험 이래 지난해까지 총 24차례(1993년은 두차례)의 수능일 중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경우는(서울 기준) 다섯 차례에 그쳤다.

‘수능 한파’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97년과 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 수능 날이 유난히 추웠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영하 5.3도, 1997년에는 영하 3.2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2000년 이후 수능 당일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해는 2001년(영하 0.3도)과 2006년(영하 0.4도) 단 두 해에 불과했다.

물론 지난해 수능 당일에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1도로 급격히 떨어졌고 중부와 남부 지방 대부분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능날은 수험생 입장에서 굉장히 떨리고 긴장되는 큰 스트레스 상황”이라면서 “부정적인 심리ㆍ정서가 체감 온도를 더 춥게 느끼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철이면 회자되는 ‘수능 한파’는 긴장한 수험생의 심리 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두헌 기자/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