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지난 2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종일 망치 소리가 울렸다. 영결식 제단, 합동 분향소를 철거하는 현장이다. 무표정한 인부들은 쉼 없이 손을 놀렸고, “땅 땅” 소리만 메아리쳤다.
고개를 숙였던 대형태극기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눈발을 흩날리던 하늘도 울음을 멈췄다. 그렇게 여의도는 하루가 멀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모든 사물은 제자리를 찾는다. 남는 건 ‘사람’이고 ‘마음’이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다. 고인의 뜻을 기억하는 건 그래서 어렵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을 당부했다. 육신도 흔적도 모두 보냈지만 마음만은 남겨놨다. 여의도는 그마저 지워버린 듯하다. 여도 야도 통합과 화합 앞에 고개를 숙였으나 그뿐이다. 국회는 멈춰 섰고, 여도 야도 날 세운 공방만 가득하다. 강행군에 강행군만 거듭하는 여당과 무기력하게 반대만 외치는 야당은 ‘YS 정신’을 입으로만 부르짖고 있다.
노동개혁 5대법안이 국회 문턱에서 가로막힌 와중에 새누리당은 금융개혁 법안을 추가로 꺼내 들었다. 우선처리가 시급한 법안으로 7개 분야 11개 법안을 총망라했다.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대부업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주택금융공사법, 금융소비자보호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휴면예금관리재단설립법 등이다. 하나같이 중요한 법안이며, 정기국회 내 통과는 물론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요도를 떠나 문제는 속도다. 당장 노동개혁 5대법안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묶여 있다. 정부ㆍ여당은 올해 내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5대 법안을 패키지로 통과시키겠다는 원칙도 양보할 수 없다는 기세다. 여기에 금융개혁 과제까지 더했다. 야당의 반대를 설득할 방안은 보이지 않고 무작정 과제를 쏟아내고 야당만 압박하는 형국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논리 아래 밀어붙인다. 여당은 개혁 과제를 제시했으니 추후 이에 따른 책임은 반대한 야당에 있다는 논리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정부ㆍ여당의 경직된 태도 때문에 회담이 무의미하다”고 불만을 표한 것도 이 같은 강행논리의 연장선이다.
야당도 무기력하기만 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내홍으로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다. 내부가 흔들리니 새누리당의 입법 공세에 무기력하게 반대만 외치고 있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대표적이다. 한ㆍ중 FTA에 따른 피해보전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 하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사실상 한ㆍ중 FTA를 비준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본회의 일정만 합의했을 뿐 어떤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발을 뺐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정만 있는 합의문인 만큼 결과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줄다리기’다. 정부ㆍ여당이 최우선 과제로 한ㆍ중 FTA 비준을 원하고 있으니, 쉽게 이를 허용해주지 않겠다는 속내다. 중요한 건 명분이다. 새누리당은 한ㆍ중 FTA가 어차피 통과될 것이라면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속내를 떠나 경제이익이란 명분을 내걸었다.
이를 반대한다면, 한ㆍ중 FTA 자체를 반대하던가, 혹은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한 ㆍ중 FTA의 실질적인 이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어야 한다. 피해대책 방안이 더 진전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비준 동의안의 처리시점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적합한 반대 논리가 아니다. 결국, 여야 모두 다른 범주의 찬반 논리만 되풀이하는 셈이다.
몰아붙이는 여당과 반대로 일관하는 야당, 이렇게 12월 임시국회는 끝나가고 있다. 선거구획정, 정치개혁, 국정교과서 논란 등에서도 여야는 합의 대신 반목으로 일관했다. YS의 정치적 계승을 자청한 여야의 현주소다. 망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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