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주 평양을 전격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 총장의 평양방문은 지난 5월 막판에 무산된 개성공단 방문 추진에 이어 6개월여만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과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총장 이후 역대 세 번째다.

분단국이자 유엔군 군사정전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북한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를 만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정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북은 역대 사무총장들의 큰 관심 사안이었다.

반 총장 역시 2006년 제8대 사무총장 취임과 2012년 연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며 방북 의사를 밝혀왔다.

반 총장은 이번에 개성이 아닌 평양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확실시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기구(OANA) 회원사 등과 공동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직후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반 총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주재한 제6차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회의에서도 북한 내수시장 활성화와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강조하는 등 잇따라 대북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어 반 총장의 방북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지난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이후 8ㆍ25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행사, 남북 민간교류ㆍ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가 개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반 총장 방북에 대한 선물 보따리로 우리 측의 3차례에 걸친 제안에도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 총장의 방북은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이후 대외관계를 정비하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제와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반 총장을 통해 전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반 총장의 방북이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극적인 반전까지는 어렵겠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디딤돌은 될 수 있다”면서도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의 방북은 ‘반기문 대통령과 친박(親朴)총리의 조합’을 비롯해 친박진영을 중심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내년 12월 퇴임한다는 점을 주목해 이로부터 1년 뒤 대선과 연계시키는 시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반 총장의 방북은 북한 당국과 유엔간 뉴욕채널을 통해 협의가 진행되고 전격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터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반 총장의 방북 소식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이 단계에서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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