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대학교 대나무숲 582번째 제보 “안녕하세요 저는 13학번 헌내기(새내기가 아닌) 여학생인데요. 월요일 교양 ○강의실에서 수업 들으시는 분이 자꾸 눈에 밟혀요. 여자친구 없으시면 (전화) 번호 물어볼게요.”
지난 25일 서울 모 대학교 페이스북 ‘○○대학교 대나무숲’ 계정에 게시된 글이다. ‘○○대학교 대나무숲’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들어준 ‘대나무숲’처럼 학생들이 익명으로 각종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이 글은 한 여학생이 수업을 같이 듣는 남학생의 전화번호를 묻는 글로, 이 계정 운영자에 글을 보내면 익명으로 게재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사연을 토로하는 이른바 ‘○○ 옆 대나무숲’ 계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대학교 대나무숲’ 계정이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4학번 신입생들은 다른 세대보다 페이스북 활용에 익숙해 기존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계정을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어 놓고 각종 고민 제보를 받고 있다. 각 대학마다 하루 수십건의 제보 글이 게시되고 있다.
특히 연애에 대한 고민이 전체의 70~80%로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측은 최근 연애 제보를 자제해줄 것을 공지했다.
한양대 대나무숲 측은 20일 “최근 연애에 관련된 제보가 많이 오고 있다. 전체 제보의 80%이상이 연애 제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연애 제보는 적게 올리고 다른 주제의 제보를 올리고 있다”면서 “‘오늘 사랑의 철학 수업 파랑색 니트 여성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만나보고 싶어요’와 같은 사람을 찾는 글은 최대한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사람을 찾는 글로 인해 괴로워하는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 역시 같은 고충을 가진 학생끼리 공감을 나누는 장인 대나무숲 계정이 연애 고민에만 치중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모 대학교 2학년 김재성(23ㆍ가명) 씨는 “대나무숲 계정은 동아리, 학점, 등록금 등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소인데 최근 연애 얘기만 올라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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