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측근비리 최소 정권’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과 장학로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비리 외에는 없다.
사법처리된 대통령 친인척-측근이 가장 많았던 때는 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재임기였다. 전 전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총 47명이 사법처리됐다.
친구 전두환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노태우씨는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5공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왕실’과 비슷한 무소불위 정권에 대한 첫 수사였기에 전 전대통령의 측근-친인척 사법처리 최다 기록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전 전 대통령 본인은 9500억원대 불법자금을 모아 이중 2205억원에 대해 추징 선고를 받았다. 형인 기환씨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탈 혐의로, 동생 경환씨는 새마을 운동본부 회장을 맡아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처남 이창석씨도 뇌물수수-탈세-횡령 등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5공청산으로 친구의 측근을 처단한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도 대기업 등으로부터 2629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몇몇 측근들이 공범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박철언 전 의원은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그는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사기도 했는데, 아직도 178억원의 차명 계좌 보유설로 송사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재임중 자식과 측근이 사법처리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장남 홍일씨는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고, 차남 홍업씨는 이권청탁 등의 대가로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3남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각각 구속됐다. DJ의 오른팔 권노갑씨도 한보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청와대 비서실, 부속실은 대통령과의 밀착도 때문에 로비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문고리 권력’이 위세를 부리는 곳이다.
참여정부에서도 노무현 정권 초대 제1부속실장 양길승씨가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됐고,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기업에서 22억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됐다. 불법대선자금 모금과정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또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 30억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MB 정부 들어서는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저축은행 비리로, 김희중 제1부속실장이 솔로몬저축은행 뇌물 사건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MB 정권 ‘왕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등으로 쇠고랑을 찼다. MB정부에서도 측근과 친인척 20명 가량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시절 실세비리는 파헤쳐지지 않았다.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검찰권 행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 재임때엔 전쟁물자 횡령, 중석불 사건 등이 불거졌으나 대통령 당사자나 측근이 사법적 단죄를 받지는 않았다. 중석불 사건은 1952년 6월 정부가 중석불을 외국에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민간 기업체에 불하해 밀가루와 비료를 수입하게 하고, 이를 농민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에도 정수장학회(부일장학회), 어린이 재단, 영남대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있었으나, 권위주의 정권의 높은 벽 앞에 검찰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
군정을 종식시키고 문민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에 측근비리가 가장 적은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를 돌아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는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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