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남북간 당국자회담 개최를 놓고 26일 열린 실무접촉은 반나절도 안돼 합의를 이뤘다.

통상 남북간 회담이 최소 하루 이상 혹은 철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전례를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ㆍ포격도발 이후 개최된 ‘8ㆍ25고위급 회담’에서 무박 4일의 마라톤 협상 벌였고,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9월 적십자 실무접촉 역시 무박 2일간 진행됐었다.

우리쪽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과 북쪽 수석대표인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참석자들은 남북간 통신선로를 점검하느라 오전 10시 30분께 도착한 이후 2시간여가 지난 낮 12시 50분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양측은 초반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1차 전체회의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의견 충돌이 예상됐던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와 관련, 우리측이 초반에 ‘차관급’ 회담을 제시했고 북측 역시 이와 동격인 ‘부상급’을 제안해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남북은 회담 의제에 있어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1일 열릴 당국회담에서 논의될 남북 주요 현안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금강산관광 재개 ▷경원선 복원 및 비무장지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 유감 표명 및 5ㆍ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2008년 7월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2009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박씨 사건의 재발 방지와 관광에 필요한 편의 및 안전보장을 약속한 만큼 ‘3대 선결과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남측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상봉 행사 정례화 등과 금강산관광 재개 사이에 주고받기식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5ㆍ24 대북제제 조치 해제는 천안함 피격사건 관련 사과 및 책임자 처벌 등 우리 정부의 입장과 맞물려 있어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북측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5ㆍ24 조치 해제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국회담을 개성에서 차관급으로 하겠다고 한 것은 남북이 ‘판을 깰 수 없다’는 의미에서 절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로 한 것도 국장급, 차관보급인 실무접촉에서 결정하기 어려우니 차관급에서 다시 한 번 더 논의해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자회담이 큰 결실을 맺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실무접촉은 8ㆍ25 합의 이행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장소를 개성으로 한 것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당국회담을 정례화하지 않겠다는 북한측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남북이 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문제를 서로 주고받지 않는다면 결과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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