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쿨생 집단 자퇴 결의, 찬성 측은 ‘로스쿨 폐지’ 운동 …법무부ㆍ교육부, 檢ㆍ法 갈등까지

[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 기자] “정부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렸다.” “국민 85% 찬성하는 사시 존치시켜야 한다.”

법무부가 2017년까지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는 사법시험(사시)을 2021년까지 유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이후 이해 당사자 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어 정치권과 법조계를 비롯해 전국 대학교, 시민단체까지 나서 정면충돌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로퀴(로스쿨 바퀴벌레)’와 ‘사시충(蟲)’으로 상징됐던 법조계 갈등이 외부까지 확산된 것이다. 급한 불을 끄려다 오히려 기름만 부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과 고시생들의 움직임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로스쿨 학생회는 발표 직후 각 학교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집단 자퇴와 학사일정 거부 등을 결의했다. 이어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모든 수업과 기말시험 등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다음 학기 등록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학내외에서 사시 폐지 유예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사진=헤럴드경제DB]

로스쿨 측도 “이번 법무부 안은 그동안 정부를 믿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의 길을 준비해온 이들의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반대 측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사시 존치 운동을 벌여왔던 시민단체 바른기회연구소는 “이제부터 ‘로스쿨 폐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 단체는 “로스쿨을 도입한 7년간 법조계와 우리 사회가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라며 “로스쿨 학생들이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자퇴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는 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사시 존치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4년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은 꼼수”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와 법조계 간 갈등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발표에서 사실상 소외됐던 대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예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4년이 적정한지 더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단시간 내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정면으로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 수용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사전조율 과정 등 법무부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지 못하면서 내심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교육부는 ‘돈스쿨’ 논란이 됐던 로스쿨 등록금을 15% 가량 인하하는 한편 공정한 선발 체제 마련, 실무능력 향상, 저소득층 학생 생활비 지원 확대 등 개혁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당장 법무부가 추진하는 사법시험 연장 여부는 국회에서 통과해야 현실화가 된다. 내년 4월 총선이라는 변수를 앞두고 막판까지 ‘여론 눈치’를 볼 가능성도 높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젊은이들 미래를 안갯속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명한 결론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