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전관법조인 청탁·인맥활용 의혹 큰 파문 비싼 등록금도 도마에…뼈깎는 자구책 없을땐 존폐기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제도 시행 6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폐지가 예정됐던 사법시험의 ‘한시적 유예’에 법무부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 안이 확정될 경우 당장 내년도 법조인 양성 과정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로스쿨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정치권과 법조계의 ‘사시 존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긴 했지만 사시 선발인원의 순차적 감소 등 폐지 수순은 큰 무리없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전관 법조인 등 고위층 자제들의 ‘음서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윤후덕ㆍ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로스쿨 출신 자녀들의 취업청탁과 졸업시험 낙제 관련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명 법조인이나 고위층 자제의 경우 변호사 자격증만 따면 부모가 쌓았던 인맥과 명성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는 점도 이런 비판을 가중시켰다. 같은 법조인이라도 출발선상부터 다른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민의 74.6%가 ‘사법시험 유지를 찬성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면서 교수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로스쿨의 불투명한 입학ㆍ졸업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원로 법조계 인사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음서제 논란 등으로) 본래 취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다”며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좁은 한국 사회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이 100%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비싼 등록금과 법조인 실력 양극화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 학생이 등록금과 기타 학비 등 로스쿨을 다니려면 1년에 대략 2000만~3000만원 소요된다.

가뜩이나 비싼 로스쿨 등록금은 지난 5년 사이 연 평균 100만원씩 올랐다.

변호사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로스쿨 재학생들이 방학 때 신림동 학원을 찾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장학금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고통만 더 가중된 셈이다.

지난달에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던 20대 여성이 학비와 학원비 등을 벌기 위해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다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때문에 유예기간 동안 로스쿨의 뼈를 깎는 대대적인 개혁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로스쿨협의회에서 장학금 확대와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교육부ㆍ로스쿨의 입시 관리와 법무부의 변호사 시험 제도 운영에 일대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정치인과 고위층 로비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로스쿨 입시 전반에 대한 감사와 함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입학ㆍ졸업에서 부정 적발시 로스쿨 입학 취소 ▷ 일가 친족과 연관된 직장ㆍ로펌 등에 로스쿨 자녀 취업 제한 등의 개혁 방안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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