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ㆍ하남현 기자] 정부가 올 상반기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정책연구원 같은 정부 출연연구기관 내에 복수의 ‘규제비용 연구소’를 설립한다. 규제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규제비용총량제’의 성패가 규제 비용의 정확한 산출과 검증에 달린 만큼 공신력을 확보한 규제 비용 평가ㆍ검증 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의심받지 않는 규제비용 검증 기구를 바탕으로 규제개혁에 성공한 네덜란드의 사례가 참조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각 부처가 산출한 규제 비용의 검증을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규제비용연구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복수의 연구소를 만들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비용 검증을 민간에 맡기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공신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 출연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강도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마당에 또 하나의 정부기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은 신설규제를 도입할 경우 동일비용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규제비용총량제’ 도입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용되려면 규제 비용의 객관적인 산출과 검증이 필수다. 하지만 규제 비용 산출과정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데다 해당 부처가 규제 비용을 작게 계산하거나, 폐지할 규제에 대한 비용을 과다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정부가 과연 규제를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때 “통계를 보면 전체 규제 중에 규제비용을 제시하는 규제가 20%도 안된다”고 보고했다.
정부 내에서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규제비용 검증 기구를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에게 강력한 쇄신을 요구하면서 추가로 정부기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에 규제 비용 검증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도 공신력 확보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비교적 전문성과 공신력을 겸비한 만큼 이들 기관에 규제비용을 검증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KDI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공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와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될 것”이라며 “부처가 산출한 규제 비용이 올바르게 계산됐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규제개혁의 대표적인 성공국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사례가 참조됐다. 네덜란드는 정부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인 ‘행정부담’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표준비용모형(SCM)’을 개발하고 공신력있는 행정부담 측정 기구를 도입한 결과 2003년부터 4년간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행정부담 중 25%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해 1만1000건에 달하는 등록 경제규제 중 올해 10%,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최소 2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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