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계 각국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1980년 이후 7번째이자 1990년 이후 4번째다. 비교적 가까운 사례를 보면 1994년과 1999년, 2004년 등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신흥국은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로 경제가 흔들렸다. ▶ 평균 14개월간 단계적 인상= 17일 도이체방크와 블룸버그, IBK 증권 등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기간은 평균 14개월이었다. 금리 인상 기간은 짧게는 9개월(1986년 12월∼1987년 9월), 길게는 24개월(2004년 6월∼2006년 6월)이었다.
평균 인상폭은 2.81% 포인트였다. 2004년 1.00%였던 금리를 2년간 4.25% 포인트올린 때가 인상 폭이 가장 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작 시기를 전후로 주식 시장에 충격을 줬다. 1990년 이후3차례 금리 인상기에서 미국 주가는 대체로 10% 안팎 하락한 반면 신흥국은 8∼14%,한국은 10∼20% 떨어졌다는 것이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상은 1965년부터 15차례 있었다. 가장 금리가 높이 올라갔던 것은 물가 상승률이 두자릿수였던 1980년으로 19.1%의 정점을 찍었다.
▶1994년 갑작스런 인상, 멕시코 등 금융위기=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3년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주식과 주택 가격이 오르자 갑자기 1994년 2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금리는 이듬해 2월까지 1년만에 6차례에 걸쳐 3.00%에서 6.00%까지 2배로 뛰었다.
이 때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나 ‘채권시장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3% 포인트 급등해 8.1%까지 올랐다.
시장의 파장이 컸던 것은 예고 없는 인상이었던 데다 인상 속도도 빨랐고 그 폭도 0.25∼0.75% 포인트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남미와 동아시아,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외환 위기가 발생했다.
위기는 1994년 멕시코의 이른바 ‘데킬라 위기’를 시작으로 1995년 아르헨티나로위기가 번졌다. 1997년에는 한국을 포함해 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나라들과 브라질, 러시아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994년 2월 S&P 500 지수는 43일간 8.9%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는 32일간 8.9%, 한국 코스피 지수는 43일간 11.7% 떨어졌다. 미국 주가는 2개월간 9% 하락하고 나서 완만하게 반등했으며 코스피는 2개월 조정 후 다시 상승세를 탔다.
▶2004년 악영향 적어=오랜 저금리 시기 이후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현재와 비교할만한 시기로 1994년과 함께 2004년이 많이 거론된다.
1999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1개월간 금리가 4.75%에서 6.50%까지 상승한 이후 4년만인 2004년 금리 인상이 재개됐다.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간 17차례 걸쳐 금리를 0.25% 포인트씩 인상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퇴임 때까지 금리 인상은 계속돼 1.00%에서 5.25%까지 올라갔다.
이 기간에 10년 만기 국채는 평균 4.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1994년과 달리 채권 가격 하락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장기 채권금리는 금리 인상 시작 전에는 많이 올랐다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오히려 내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신흥국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10년 전과는 다르게 금융시장에 큰 타격이 없었던 것은 연준이 사전에 여러 차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주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신흥국과 한국은 중국 경착륙 우려까지 겹쳐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2014년 6월 S&P 500 지수가 110일간 8.0% 내려갔지만 MSCI EM 지수는 85일간 14.0%, 코스피는 80일간 23.1% 하락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연준이 사전에 시장에 충분히 신호를 보냈다는 점이 2004년과 비슷하다. 다만, 중국의 성장 둔화와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 등 리스크가 산재한 가운데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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