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지난 주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계단 올렸다. 한국이 받은 역대 최고 등급이다. 9월의 S&P에 이은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대만(Aa3)보다 한 계단 높고, 일본(A1)보다는 두 계단 위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이상 Aaa) 영국 홍콩(이상 Aa1) 등 7개국 정도다. 신용등급으로만 봐선 최우등 선진국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따지고 보면 국가신용등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돈(외화표시 채권)을 빌려오는데 금리나 투자여건을 결정하는 기준일 뿐이다. 돈 빌려주는 사람은 미래를 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만 본다. 그걸로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은 경제상황이 어떠한지,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한국은 저성장이라지만 금융위기 이후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성장률이 높다. 무역수지도 매달 흑자를 쌓아간다. 외환 보유액이 3700억 달러에 근접한다. 수출이 부진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는 덜하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외환보유액이 많아 부채상환 능력이 높다는 걸 인정해 줬다는 의미다. 전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디스가 4대 개혁의 원활한 진행을 전제로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구조개혁이 후퇴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을 다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에게 해외에서 돈 빌리는 문제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김영삼 정부 말기 원화 가치는 매우 높았다. 국민소득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로인해 국내외, 장단기 금리차가 워낙 커 해외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다 국내에서 장기로 빌려주는 일이 허다했다. 주로 종금사, 은행들이 나섰다. 단기로 빌린 돈은 계속 대출과 상환을 반복한다. 카드 돌려막기나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외국의 단기대출이 중단됐다. 갚을 돈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돈을 빌려 메웠다. 그게 외환위기였다. 그때는 국가신용도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국가 신용등급이 높다고 기업신용등급까지 따라 올라가는 건 아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의 방파제 노릇은 하게 된다.한때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이 국가와 같거나 오히려 높았던 시절도 있다. 결국 국가는 국가고 기업은 기업이다. 신용등급도 따로 따로다. 한달 후면 기업들에 대한 내년도 국제신용등급도 쏟아진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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