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스포츠>가 12월부터 지식라디오와 함께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인물평전’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레전드급의 스포츠스타는 물론, 스포츠계의 다양한 인물을 초대해 생생한 얘기를 들어보는 콘텐츠입니다. 스포츠 특유의 경쾌함과 감동을 바탕으로,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내용을 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헤럴드스포츠>는 방송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녹음 현장의 뒷얘기를 ‘스인평 후기’라는 고정컷을 달아 기사로 내보냅니다. 청취자 및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지하철 문맹과 음주 방송‘전설의 복서’ 장정구(52)는 이날 택시를 타고 강북에 위치한 자신의 체육관에서 지식라디오(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로 이동했다. 지하철이 싸고 빠르지만, 그는 2호선 외에는 지하철을 잘 탈 줄 모른다. 술을 워낙에 즐기는 까닭에 자가 운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고, 지하철은 아직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가급적 피한다. 또 뭐든 단순하고 명쾌하게 생각하는 그의 특성 상 생각을 해야 하는 환승이나, 출구찾기도 꺼린다. 동그랗게 한 바퀴를 도는 2호선이 그에게는 유일한 지하철인 것이다. 연말에다 퇴근시간으로 교통이 막혔지만 장정구 챔프는 약속된 저녁 7시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다. 문제는 환승역으로 규모가 큰 가산디지털단지 역에 내렸지만 지식라디오까지는 찾아오지 못한다는 사실. 스마트폰을 쓰지만 뉴스를 검색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정도지 지도앱을 켜서 특정주소를 찾는 일은 복싱보다는 어렵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어도’ 가까운 지하철 출구를 찾으라고 주문했고, 1번 출구까지 나가 그를 영접했다. 두 번째 문제는 본질적인 것으로 이미 예상됐던 일. 복싱계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 난 장정구는 ‘경상도(부산이 고향) 사나이’답게 말수가 적다. 나름 유머감각도 좋지만 그건 술자리에서의 얘기다. 웬만해서는 속내를 드러내거나 싱거운 말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방송의 특성 상 거리낌없이 속내를 토해내야 하는데 비알코올 장정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됐다. 모든 질문에 단답형 대답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까닭에 녹음시작 시간을 늦추고, 과메기에 부대찌개로 저녁식사를 먼저 했다. 당연히 소주도 시켰다. 의도적인 음주방송. 역시 술의 효능은 확실했다. 살짝 챔프의 얼굴이 붉어지고, 한두 마디 농담이 나오면서 이 정도면 괜찮다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때 술의 양이 너무 적었다. 방송 중간에 술이 깨면서 장정구의 말수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파마머리와 짱구 엄마김용민 PD의 사회로 시작된 장정구편 스포츠인물 평전. 최익성 저니맨 야구사관학교 대표, 김유미 기자 등 고정패널의 소개가 끝난 후 전편인 백인천 편에 대한 간단한 촌평이 이어졌고, 바로 장정구가 소개됐다. 김용민 PD는 ‘스포츠 무뇌한(문외한보다 강한 표현)’인 까닭에 디테일에 약하고, 야구전문가 최익성 대표도 살짝 말을 아끼는 분위기. 젊은 기자 김유미는 장정구가 15차 방어를 하고도 5년이나 더 있다가 태어난 까닭에 어리둥절하다. 김용민-장정구의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내가 끼어들어 복싱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방송은 시작됐다. ‘파마머리(지금도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한다’, ‘15차 방어 성공’ 등에 대해 담담하게 답하던 장정구가 갑자게 얼굴을 들이대며 ‘니가 답해라’며 쑥 들어왔다. 대본을 읽어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김용민 피디가 ‘한국 프로복싱의 대모’ 심영자 회장과의 인연을 물어왔는데, 이 순간 장 챔프는 말문이 막히며 울컥한 것이다. 장정구가 어머니로 부르고, 심영자 회장은 ‘짱구 엄마’로 알려졌던 관계. 70이 넘은 심 회장이 최근 건강과 경제적 형편 모두 나빠지면서 장정구는 심영자 이름만 나와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게 사람의 진심이다.
분명 울었는데 눈물이 안 나왔다감량의 고통, 경기 후 도핑테스트 때 나오는 피오줌 등의 얘기가 펼쳐졌다. ‘전문가의 함정’이라는 말처럼 오랫 복싱취재와 장정구와의 친분 탓에 개인적으로 큰 감흥이 없었다. 익히 아는 얘기이니 말이다.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경기로 무더위에서 열린 4차 방어전을 얘기하는데 “경기 후 너무 힘들어서 분명히 울었는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라는 멘트에서 가슴이 찡했다. 맞다. 복싱은 얼마나 힘든 운동인가? 14kg을 감량하고 링에 올라, 무더위 속에 12라운드를 격렬하게 싸웠으니 눈물로 보낼 수분 마저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맞지 않아도 경기를 치르면 피오줌이 나왔다. 피오줌은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나오는데 세계타이틀 매치는 매번 극한 상황인 것이다”라는 말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사람들은 복싱을 살을 빼기 위해, 건강을 위해 ‘즐긴다’. 하지만 장정구의 시대에는 살기 위해 바둑의 조치훈처럼 ‘목숨 걸고’ 복싱을 한 것이다. 전편에서 소개된 ‘백인천의 야구’처럼, 또 찢어지게 가난한 부산 빈민촌 꼬마 ‘짱구의 복싱’처럼 한다면 어떤 일이든 성공하지 않을까. 인생은 알코올이야~이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자세한 내용은 ‘팟빵’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듣기를 강추). 이러저런 얘기 끝에 장정구는 ‘인생은 알코올이야~’를 결국 말했다. 방송 후 늦은 시간이었기에 집까지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챔피언은 강남행을 원했다. 구체적인 목적지도 없었다. 그냥 강남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강남까지 가는 40여 분 동안 이곳저곳으로 통화를 했다. 또 녹음 때 받지 못한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챔프의 술친구들이 이날은 집에 일찍 들어갔다(절친한 선배 황충재도 마찬가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전화를 걸던 장정구는 강남역에 내릴 무렵 마장동 모처로 집에 들어간 술동무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 나마 그 사이 아내에게는 “방송은 잘 끝났고, 딱 한 잔만 하고 들어갈게”라고 양해를 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복싱계에서는 잘 알려진 얘기지만, ‘장정구는 사람 참 좋다’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그가 이룬 불멸의 업적 보다도 그 인간성이 더 좋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인물평전 해당 회차 다시듣기 ▶ http://www.podbbang.com/ch/10698?e=21854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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