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해 모자란 웃음은 무슨 일이 있어도 2016년에 채우겠습니다. 2016년, 동시간대 일등 꼭 해내겠습니다.”
200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첫 대상을 수상한 이후, 유재석은 내내 국민MC였다. 지난 11년 동안 총 13개의 연예대상을 가져갔다. 30일 진행된 2015 SAF(SBS AWARDS FESTIVAL) 연예대상에서도 유재석의 이름이 불렸다. SBS에서만 올해까지 총 5개.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챙겨준 대상이자, 김병만(정글의 법칙, 주먹 쥐고 소림사)과의 공동수상이었다. 유재석은 올 한 해 SBS에서 ‘런닝맨’과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이끌었다.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유재석에게 주어진 수상소감 발표 시간은 단 2분이었다. 그 어느 해와는 달랐다. 대상 수상 전 유재석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무대에서 그는 제작진에게 공을 돌린 뒤 “오늘은 그러나 끝까지 기대해보겠다”며 욕심을 냈다. 유재석답지 않아 더 유쾌했던 수상 소감 자리였다.
막상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유재석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선 국민MC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누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다짐만이 아니었다. 이 날의 소감 역시 유재석이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올 한 해에도 유재석은 지상파 방송3사에서 두루 얼굴을 비쳤다. 이미 오랜 시간 함께 한 세 편의 장수예능 MBC ‘무한도전’, KBS2 ‘해피투게더’, SBS ‘런닝맨’에 더해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진행했다.
방송가의 판도가 1인 MC들에 의해 짜여지던 시절에 비한다면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휘하는 영향력은 상당히 줄었다. 2005년 이후 지난 10여년 사이 예능환경은 변화를 거듭했다. 비예능인(배우, 가수, 스타츠선수, 일반인)들이 등장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정글을 탐험하고, 몸으로 부딪히고,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였다. “누군가 나서 진행을 하려는 순간 채널이 돌아간다”고 예능 PD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그럼에도 유재석의 상징성은 여전했다. 특히 지난해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통해 ‘사과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멤버들의 연이은 음주운전 사건이 논란이 일자, 유재석은 프로그램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연말이 되자 방송사PD들은 또 입을 모았다. “올해에도 역시 유재석이었다”고 했다. “사과만 하면 모든 걸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다고 했다. ‘절대선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은 PD들 사이에서 먼저 나왔다.
그러나 유재석의 상징성과는 별개로 올 한 해 프로그램의 성과는 저조했다.
SBS에서 출연 중인 ‘런닝맨’ 성적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재석은 이날 “올해엔 최선을 다했지만 ‘런닝맨’은 기대에는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멤버와 스태프들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모자란 웃음은 무슨 일이 있어도 2016년에 채우겠다”고 했다. “지켜봐달라”는 말에선 단지 대상의 무게가 아닌 국민MC 유재석의 짊어진 크나큰 무게가 묻어났다.
사실 2015년 한 해 유재석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저조한 성과로 인해 일각에선 “변화 없이 안정성만을 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재석이 새롭게 선택한 프로그램(동상이몽, 슈가맨)만 봐도 탁월한 진행능력이 우선할 뿐, 참신한 기획으로 도전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던 탓이다.
그 와중에도 유재석의 저력이 빛났던 프로그램은 의외로 ‘슈가맨’이었다. 파일럿을 시작으로 정규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사실 하나 특별한 것 없는 예능이었다. ‘복고감성’을 불러오는 음악 예능으로, 단촐한 세트만큼이나 올드한 포맷은 재기발랄한 최근의 예능과는 정반대 편에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살린 것이 바로 유재석의 진행능력이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처럼 능수능란한 말솜씨와 상대를 향한 배려가 돋보이고, 타 방송에선 볼 수 없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재미를 줬다. 프로그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안정됐고, 변화했다. 예능가는 언제나 신선한 얼굴을 찾기에 분주하지만, 그럼에도 예능PD들이 유재석을 넘버원으로 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아무리 국민MC 시대가 저물었다고 해도, 유재석의 상징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김구라가 “유(재석)가 받아야 평온하지 않겠냐”는 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6년에도 유재석은 예능환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새롭게 등장하는 예능 트렌드와는 별개로 유재석만의 판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이나, 국민예능 ‘무한도전’과 ‘런닝맨’에 쏟는 유재석의 공력이 만만치 않다. 이변의 공동수상으로 연예대상 생방송 현장은 우왕좌왕의 연속이었으나, 결국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갔다는 반응도 많다. 이날의 대상 수상소감은 2016년에 사활을 건 국민MC 유재석의 깊은 고민으로 읽힌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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