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술냄새·취객 싸움… 캠핑장 인파 음식물 쓰레기 악취 “점점 퇴보하는 캠핑 에티켓 씁쓸”

총기 다루는 사격장 안전 직결 장난치듯 총구 사람들 향하기도 승마장 말들 놀라게해 낙마 빈번 지난해 여름, 열대야를 피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캠핑장을 찾은 박충근(40ㆍ가명) 씨는 이후 다시는 캠프장을 찾지 않는다. 모처럼 주말을 맞아 인터넷 예약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찾은 캠핑장이었지만 쓰레기 악취와 취객들의 다툼으로 캠핑장은 잊지 못할(?) 여름밤의 추억을 남겼다.

캠핑장 곳곳에는 미처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음식물이 쓰레기와 뒤섞여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때때로 형광색 옷을 입은 공익요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지만 몰려든 인파에 불어난 쓰레기를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쓰레기 냄새만 났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술 냄새를 잔뜩 풍기던 중년 남성 둘은 별안간 시비가 붙었고 맥주 캔을 집어던지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다행히 보는 사람이 많아 싸움은 말렸지만 그야말로 애들이 볼까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박 씨는 “캠핑 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지만 에티켓은 되레 퇴보한 것 같다”며 “아무리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한다면 레저 후진국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주5일제 근무가 자리 잡으며 레저는 일상 탈출이 아닌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 ‘1박2일’과 ‘아빠, 어디가?’ 같은 TV 프로그램도 끊임없이 ‘떠나라’고 충동질하며 사람들을 집 밖으로 몰아낸다.

하지만 늦은밤까지 취해 고성방가를 하거나 화로 없이 모닥불을 피우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일쯤은 예사로운 모습이다. 비단 캠핑장뿐만이 아니다. 레저생활 곳곳에서 에티켓을 벗어난 행동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서영민(33ㆍ가명) 씨는 지난 1월 새해를 맞아 동네 헬스클럽에 3개월 비용을 내고 가입했다. 운동 부족으로 10㎏ 가까이 불어난 몸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직장생활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문득 개인트레이너도 아닌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거니 했지만 잔소리가 끝이 없었다. 헬스클럽에서 그와 마주칠 때마다 서 씨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지불한 돈만큼 날짜를 채우지 못하고 2주일 만에 헬스클럽을 옮겨야만 했다.

한편 레저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자칫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허윤호(45ㆍ가명) 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교외의 클레이사격장을 즐겨 찾는다. 탁 트인 사격장에서 경쾌한 격발음과 함께 목표물이 산산이 부서질 때의 쾌감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허 씨 역시 클레이사격장에서 불쾌감을 맛본 경험이 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둘이 내기라도 한 듯 떠들어대고, 강사가 제지하는데도 서로 빈 총을 겨누며 장난을 치는 모습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것. 허 씨는 “사격장 안에서 총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레저용품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살상무기가 된다. 사격장 에티켓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격은 그야말로 총기를 다루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룰이 엄격하다. 사격장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고, 에티켓은 안전과 직결된다.

우선 사격장에선 총의 약실은 개방해놓는 것이 원칙이다. 약실이 닫힌 총을 사람 쪽으로 향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 총을 쏘기 직전 외에는 총탄을 미리 장전하는 것도 금지된다. 장전한 총은 내려놓을 경우 오발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항상 들고 있어야 한다.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정숙이 중요하다. 환호나 탄식, 혼잣말도 에티켓에 어긋난다. 타인이 조준할 때 뒤에서 기웃거리는 것도 금물이다.

최우순 국민생활체육전국사격연합 사무처장은 “실제 사격 경기에서는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 룰에 의해 벌점을 부과하는 등 에티켓 준수가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여름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 MC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구설에 오른 것도 비슷한 예다.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경기에서 다른 선수의 사격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지르며 환호성을 지른 것은 사격 에티켓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 승마에서도 작은 실수는 자칫 낙마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승마장에선 정숙을 유지하고 말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 말은 보기와 달리 겁이 많고 매우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말이 놀랐을 경우에는 기승자가 낙마하는 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다.

또 절대 말 뒤에 서지 않는 것 역시 승마의 기본 에티켓 중 하나다. 말 뒤에 갑자기 설 경우 놀란 말이 본능적으로 뒷발질을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뒤에 설 경우 말이 안심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식으로 뒤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말 뒤에서 갑작스런 행동으로 말을 놀라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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