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사상 최초로 4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한국의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서 700조원을 향해 달려간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의 급속한 증가에 대비해야 하고, 통일에 대비한 재정 여력도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멀지 않은 700조원 시대=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한 국가채무 전망치는 644조9천억원이다.

지난해의 595조1천억원에서 49조8천억원 늘어나게 된다. 이런 속도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이르면 2017년에 ‘국가채무 700조원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채무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부진한 경기를 살리려고 정부가 계속해서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2011∼2014년 4년 연속 세수 결손이 나면서 채무 규모가 점점 커졌다.

정부는 한국의 재정 상황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2014년 기준)는 27개국 중 5번째로 낮아 비교적 양호한 것이 사실이다. 에스토니아(10%), 룩셈부르크(23%), 뉴질랜드(31%) 등 한국보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를 제외하면 멕시코(36%) 정도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더 낮다. 일본(245%), 이탈리아(132%), 미국(123%), 캐나다(107%), 프랑스(106%), 스페인(103%)은 100%가 넘는다.

재정 적자의 GDP 대비 비중도 2014년 OECD 평균이 -3.7%지만 한국은 -1.7%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치인 Aa3로 올리면서 재정 건전성을 등급 상향 이유로 꼽기도 했다.

▶ 페이고 법제화 필요=재정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의 재정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정부의 부담을 떠안은 공기업 부채 규모가 여전히 커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정부 재정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명목 GDP가 1997∼2015년 연평균 3.2배 증가한 반면에 같은 기간의 국가채무는 9.5배 늘어났다.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 비중도 2005년 41.2%에서 2011 50.5%로 늘었고 올해는 57∼58%대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자성 채무 확대는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줘 정부는 물론 공기업,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씀씀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2060년 GDP대비 국가채무가 62.4%로 확대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60%대 비율도 현재의 씀씀이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가능한 숫자다.

기초연금 같은 복지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등 예상 밖의 지출이 늘어나면 부채 비율은 158.4%까지 치솟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페이고(Pay-go·지출계획을 짤 때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 제도를 법제화하는 등 재정준칙을 강화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19년까지 40%대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재정학자 출신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무엇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채무 급증을 막기 위한 좀 더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증세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정부가 5년 단위로 제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국가채무 예상치와 실적치 간 괴리가 점점 커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8년부터는 재정운용계획을 평가하도록 의무화는 제도를 도입해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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