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올해부터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유아보육법은 기업이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의무 설치 대상인데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어린이집 설치 의무대상 기업 1204곳 중 52.8%만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200여곳의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담은 영유아보육법은 ‘일과 가정 양립’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취해 출산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14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은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 출산율이 2001년 이후 15년째 1.3명 미만의 초저출산국가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의도에 공감하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데다 규제가 너무 많아 실제로 이행하기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도심에 있는 상당수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려고 해도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수요층이 두텁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실제 이용하는 근로자가 적다는 불평도 있다. 일반 사업장과 달리 외근이 많거나 파견근무를 주로 하는 경우 힘들게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어도 이용할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설치기준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많다. 이를테면 2층에 설치하려면 동쪽과 서쪽 두 곳에 출입구를 둬야 한다. 무엇보다 주변에 주유소나 유흥시설이 없어야 한다. 운영비용도 만만찮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에서 어린이집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면 49명을 정원으로 잡아도 초기비용만 20억원가량 들며, 여기에 임대료와 위탁운영비용 등을 합하면 연간 7억∼8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비용 절감에 목을 매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심하지 않을수 없는 금액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애초의 직장 어린이집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의무 이행이 어려운 사업장에는 지역 어린이집과 계약(보육 수요의 30% 이상)을 맺고 위탁 보육을 하는 경우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경우 직장과 가정생활의 병립이라는 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기존에 주던 양육수당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직장 어린이집 비용에 양육 수당까지 지출하면 기업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이중의 비용이 나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에 양육 수당만 줄게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직장 어린이집 이용 수요가 많은 경우에는 막상 이용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 모든 직장 어린이집의 최저 정원이 ‘상시 영유아 5명’이어서 사업장이 형식적으로 적은 정원의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원이 지나치게 적은 곳에서는 직장 어린이집에 들어가기가 취업 문 뚫기만큼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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