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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ㆍ의왕 등 전세가율 80% 넘는 지역 분위기 내집마련 부담에 준전세ㆍ반전세 불구 관망세로 물건 희귀해 집 보지 안고 고액 계약금 걸기도 위례 등 전세 많은 곳도 어제오늘 전셋값 변동 커 대출심사 강화ㆍ시장 불확실성...전세난 심화 불보듯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1.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B 씨(39)의 요즘 하루는 가시방석이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새 전세를 찾느라 온종일 정신이 없다. 중개사에게 물건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세입자들이 지역에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일과 중에도 틈틈이 곳곳에 전화해서 물건이 나왔는지 알아보느라 정신이 몽롱하다.

춘삼월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은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월세 선호 현상을 탓하기엔 숨 가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물건이 보이면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은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춘삼월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은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월세 선호 현상을 탓하기엔 숨 가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물건이 보이면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은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2. 강동구에서 10년 넘게 지낸 K 씨(45ㆍ여)는 최근 큰 결심을 했다. 전세계약이 만료되자 집주인이 전셋값 대신 인상분 일부를 월세로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역을 떠나 새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편 직장 출퇴근 문제는 물론 아이들 학교와 학원 등 고민이 한둘이 아니었다. 최근 그는 집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를 부담하고 지역에 눌러앉기로 했다.

이사철을 맞아 전세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입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월세나 반ㆍ준전세로 돌리려는 임대인과 이사를 머뭇거리며 지역에 눌러앉으려는 세입자 간의 눈치 싸움이 잦아졌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흔해진 풍경이다. 전세 물건이 희귀해지자 일부 세입자들은 지역과 금액만 맞으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북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전세를 찾기가 힘들어지자 물건이 나오면 하루만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라며 “융자 등 걸림돌이 없다면 거액의 계약금을 거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가율 80%를 돌파한 성북구(83.7%)는 전세 선점을 위한 조용한 전쟁이 한창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매매ㆍ전세시장 동향에 따르면 성북구는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전세가율을 보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 59.9㎡(이하 전용면적) 5층 물건의 전셋값은 지난해 1월 2억6500만원에서 올해 1월 3억3500만원으로 뛰었다. 미아사거리역에서 가까운 동부센트레빌 59.9㎡도 1년새 1억 가까이 올랐다.

현장에선 전세가율과 실제 전셋값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역 내 한 공인 관계자는 “시세로 설정된 전셋값보다 실제 높게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중고차 시장처럼 가격을 검색해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고 설명했다. 온ㆍ오프라인에 축적된 데이터가 100% 신뢰할 만한 자료가 아니라는 대목이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이제 낯익은 뉴스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74.2%다. 지난달(73.8%)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세가율 80%를 돌파한 곳은 성북구(83.7%)와 성동구(80.7%), 수도권에선 의왕(82.6%), 군포(80.5%), 고양(80.4%)이 80%대를 기록했다.

전세 물건이 많은 지방을 제외하면 전세난은 공통의 화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세가율 82.6%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의왕시에서도 최근 이른바 ‘전세난민’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의왕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P 씨(38ㆍ여)는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끼고 추가 대출이 부담스러워 가진 목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평촌으로 알아보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더 외곽에 터를 잡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양시의 전세가율은 79.4%. 개발이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된 지역에선 그나마 전세를 찾기가 쉽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지역 이동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은 준전세나 준월세 등 보증부 월세 거래도 마다치 않는다. 무작정 내 집을 마련하기엔 주택시장에 만연한 불확실성이 바짓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도 목돈을 마련하는 데 고민을 더한다.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관망세와 눌러앉기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매시장이 좋지 않을수록 전월세 계약을 한 세입자들은 눌러앉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재개발ㆍ재건축 이주수요와 맞물려 월세 전환과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증가로 전세물건 품귀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증금이 월세액의 240배를 넘는 준전세는 지난달 기준 1년 새 1216건 늘어난 3582건을 기록했다. 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인 준월세 거래도 같은 기간 2803건에서 3048건으로 증가했다.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현상이 짙어지자 고가 월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세 물건이 비교적 많이 시장에 쏟아진 위례신도시의 분위기도 하루가 다르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공인 관계자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셋값이 하루 단위로 변동 폭이 커 실수요자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집을 보러 온 당일 계약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생각했던 조건의 물건을 찾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이 심화하고 대출심사가 강화돼 봄 이사철이 올해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월세 선호 현상으로 전세에서 돌아서는 수요자들이 많은 반면 일부는 매매수요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