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金)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 등에도 투자심리 저변에 깔린 우려는 손에서 ‘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의 저금리ㆍ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실물자산인 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11개 금펀드(상장지수펀드(ETF)포함ㆍ9일 기준)의 연초이후 평균 수익률은 24.60%로 집계됐다.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에도 국내주식형펀드(-1.79%), 해외주식형펀드(-9.21%)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된다.

이미 일부 금펀드는 수익률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주식-재간접형)(H)(C-e)’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37.43%에 달했다. ‘신한BNPP골드증권1[주식](종류A)’(37.00%)와 ‘IBK골드마이닝증권자[주식]A’(36.11%)도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같은 기간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파생형)A’(19.37%),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금-재간접형)종류C-e(18.98%), 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특별자산[금-파생형]클래스A(18.61%),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금-파생형](18.47%) 등도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국내에 설정된 금펀드(전체 2212억원)에서는 자금 유출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유입된 저가매수성 자금이 차익실현성 환매로 빠져나간 탓이다. 올 들어 빠져나간 금액만 145억원 수준이다.

금펀드가 이 같은 ‘강세’를 보인 데는 국제 금값의 가파른 상승이 주효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가격은 온스당 1257.40달러로 마감, 한달 전인 1198.60달러보다 60달러 가까이 높아진 가격을 보였다. 이는 2014년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증시 불안, 이에 따른 리스크 회피 심리가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액티브트레이즈의 칼로 알버토 드 카사 수석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거래 회피 심리는 올해 내내 금가격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ㆍ디플레이션을 가리지 않고 경기불안에 대한 헤지(위험)수단으로 금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최근 들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통상 금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사들여야 할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지난 1970년대 미국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달하던 당시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조짐이 강한 최근에도 금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에 투자하는 ETF가 올 들어 18% 늘면서 2009년 이래 가장 가파른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경제를 이끄는 힘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금에 대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 가운데 최근의 저금리ㆍ마이너스 금리 추세는 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한 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실물자산인 금이 주목받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가격은 계속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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