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ㆍSPAC)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최근 증시 회복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비상장업체들과의 인수합병(M&A)를 통한 상장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헤럴드경제가 15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62개의 스팩들을 분석한 결과, 14일 종가기준 공모가인 2000원을 웃도는 스팩은 모두 18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44개는 2000원미만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해 말 50여개 스팩 가운데 10여개만이 공모가를 하회한 것과 달리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동부제4호스팩으로 2730원인 반면, 교보4호스팩은 1885원까지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팩 가격은 공모주 시장과 중소형주 장세 등 2가지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공모주 시장도 좋지않고 중소형주 장세도 그리 낫지 않다는 평가다.
M&A를 통해 비상장사의 주식시장 상장과 합병 및 상장 이후 주가상승을 노리는 스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100억원대다.
현재 상장된 62개 스팩 가운데서도 시가총액이 200억원대 이상인 것은 KB제9호스팩(272억원) 등 5개에 그친다.
스팩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을 주요 합병 대상으로 한다. 스팩과 합병되는 기업의 총자산이 공모 규모의 80%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스팩 규모가 크면 맞는 대상기업들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런 중소형 후보주들의 최근 상황이 좋지않다는 것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낫고 때문에 스팩에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14일 코스닥 시장이 오른 것도 코데즈컴바인같은 기업때문에 왜곡현상이 있었던 것이고, 이날도 하락종목이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이 춘풍을 타고 700선 목전에 섰지만 중소형주의 상승과는 멀다는 이야기다.
또한 최 연구위원은 “최근 스팩 주가가 이렇게 낮다는 것은 공모주 시장도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종목들이 시장에 올라오면서 자금이 활발히 도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공모를 계획하고 있는 종목들은 호텔롯데과 같은 대형주고, 여러 관점에서 보면 공모주 시장도 안좋다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된 지정감사제 역시 스팩 인기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지정감사제는 금융당국이 직접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고 스팩합병을 위해서는 합병대상 법인이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팩의 가격 하락은 저가매수의 기회이기도 하다. 향후 가격상승을 기대해볼만한 여지도 있다.
지난 14일 KB제5호스팩은 이사회를 통해 비상장회사인 보안소프트웨어업체 지란지교시큐리티와의 합병을 결의하면서 상장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현대드림스팩2호와 합병을 결의하고 코스닥에 입성한 심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창규 연구위원은 “이런 것들을 봤을때 스팩도 아직 기대해볼만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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