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활자로 적힌 이 밴드의 이름을 보고 읽는 방법을 고민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검색조차 쉽지 않다. 구두점이 찍혀있다. 밴드 O.O.O. ‘오.오.오’라고 읽는다. ‘아웃 오브 오피스(Out Of Office)’의 약자. ‘부재중’이라는 뜻이다.
“‘오피스(사무실)’를 나온 거잖아요. ‘부재중’일 때 우리는 어디로 가기에 ‘부재중’이 됐을까. 행선지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클이더라고요.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집에서 하잖아요. 거기에 의미 부여를 했어요. 곡 순서 배치도 시간 순서로 했고요.”(가성현)
91년생 스물여섯 동갑내기 가성현(보컬), 장용호(기타), 김학겸(베이스)과 92년 막내 유진상(드럼)이 만나 첫 앨범을 냈다. 앨범 제목이 ‘홈(Home)’이다. “O.O.O의 우중충한 하루랄까요. 하하”(가성현)
홍대 인디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밴드. 발매와 동시에 2주에 한 번 앨범 발매량으로 집계하는 K-인디차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 분기엔 저희가 제일 많이 팔았다는 거니까...”(가성현), “진짜 안 믿겨졌어요.”(김학겸) 나이답게 시끌벅적하고, 장난스러움이 넘친다. 최근 서울 동교동 파스텔뮤직 사옥에서 O.O.O를 만났다.
여섯 곡을 채워넣은 첫 앨범은 ‘아침’으로 시작해 ‘소녀와 개’로 끝을 맺는다. “하루를 견디다 보면 결국엔 언젠간 만나겠지” 싶은 바람이 아침을 연다.
타이틀곡 ‘거짓말’은 카페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가사 전개가 흥미롭다. “그렇게 나 돌아서면 너 어떡해.” 내가 떠나가는데, 넌 어떻게 할 거냐니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격’이다. 노랫말은 가성현이 썼다.
“가사가 건방지죠? (웃음) 사실 건방진 내용은 아니에요.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마음이 겁이 나는 순간이 와요. 이런 상황이 맞는 건가 싶은 그런 순간. 그 당시 빅뱅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라는 노래였는데, ‘널 너무 사랑하고 싶다’는 걸로 들렸어요. 이 가사에도 그런 뉘앙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는 ‘네가 떠나가면 나 어떡해’였는데 바꿨어요.”(가성현) 제목이 ‘거짓말’일 수밖에 없던 이유다.
공 들여 채워넣은 여섯 곡을 익숙한 ‘모던록’ 혹은 ‘모던팝’으로 치부하기엔 신인 밴드의 재기가 넘친다. 네이버 뮤직 섹션 ‘이주의 발견’에서 이경준 평론가는 O.O.O의 음악을 “반 보 앞서 있는 밴드”라고 평했다. 아주 작은 차이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불어넣는다. “작업을 할 때에도 90% 완성시키는데 까지는 빠른데 나머지 10을 채울 때 가장 힘들어요. 그게 조금만 달라도 많이 달라보이니까요.“ O.O.O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 이 밴드의 차이를 만들었다.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밴드의 조합이 흥미롭다. 시작은 2인조였다. 2011년 겨울 온라인 ‘구인구직’을 통해 만난 가성현 장용호는 데뷔 싱글을 냈고,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 OST를 작업했다.
4인조 밴드로 완성된 건 1년 전이었다. 소위 ‘금드럼’으로 불릴 만큼 구하기 힘든 드러머를 찾기 위해 다시 ‘온라인 구인구직’을 냈다. ‘전공자 우대 드러머 구함’. 진짜 전공자 유진상이 찾아왔다. “유일하게 지원한 사람이 진상이였는데, 잘 치더라고요. 감언이설로 꼬셨죠.” 거기에 가성현과 중학교 동창인 김학겸이 베이스로 합류했다. 두 사람은 중동중학교 밴드부에서 함께 활동했다. “밴드 이름이 헌드레드였어요. 저희가 100회 졸업생이거든요.하하”(김학겸)
둘이 하던 음악을 넷이 하게 되니 앨범이 풍성해졌다. 가성현 장용호가 만들어둔 곡들이 김학겸 유진상을 만나 새로운 곡으로 태어나 이번 앨범에 실렸다.
“둘이 할 땐 풀지 못했던 것을 친구들이 와서 꺼내놓으니 새로운 곡들이 됐어요.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듯 다듬었어요.”(장용호)
넷이라 좋은 점이 많다. “각자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요.”(김학겸) 잘 맞물리는 톱니바뀌처럼 ‘각자의 일’을 하니 밴드가 저절로 굴러간다.
숫자가 늘어나니 분위기도 떠들썩해졌다. ‘단카(단체 카카오톡)방’엔 헛소리가 늘었고, 술을 마실 땐 시끌시끌하다. “저흰 그냥 홍대에서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거든요.”(가성현) 슬럼프 주기가 달라 밴드의 본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적다.
넷이 만든 노래들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어떤 곡은 이별을 앞두고, 어떤 곡은 한창 좋은 연애를 하고 있을 때 만들어졌다. ‘모래’는 고등학교를 스스로 나오던 가성현의 감정이 가사로 담겼다. “내 의지로 무언가를 그만둬도 버림받는 느낌은 같지 않겠냐”는 감정의 흐름을 담았다.
“제가 망상, 공상을 좋아해서 좋은 일이 생기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요. 오히려 연애를 했을 때 심적 변화를 느껴요. 막상 헤어졌을 땐 가사를 쓰는 행위 자체가 가식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별을 파는 것 같잖아요.”(가성현)
정서를 적어내는 가사에서도 O.O.O의 차이가 나온다. ”남들과 동일선상에 있는데 삐죽 튀어나온 느낌“, O.O.O는 그들의 음악이 ”한참 앞서있는 걸 원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그러면서도 날을 긁는 느낌'이길 바란다.
“어려운 밴드가 되는 건 싫어요. 많은 사람들이 오래 들었으면 좋겠어요.쌀밥같은 음악, 가끔 찾아듣고 싶고, 잊혀지지 않는 생명력이 긴 밴드가 되고 싶어요.”(가성현)
“그러면서도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걸 찾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해요. O.O.O.의 음악은 딱 들어도 O.O.O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요.”(장용호)
“듣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는”(김학겸),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유진상)가 되는 것이 O.O.O가 그리는 미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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