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ㆍ기업 쌍끌이 부채 부실 우려 고조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경제의 주요 주체 가계와 기업 부채에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이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 부채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미 1300조에 달한 한국의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신흥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기업 구조조정이 올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은행의 기업 부실 채권 상승세를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시에 가계 부채 또한 부동산 경기 조정과, 미국의 금리 인상 변수 등에 따라 부실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 5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기업 부실채권 비중=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부진 및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돼 은행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를 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집계 결과, 작년말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은 1.80%로서 2010년말의 1.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2008년 1.14%, 2010년 1.90%, 2012년 1.33%, 2014년 1.55%를 거쳐, 지난해 1.80%를 기록 중이다. 부실채권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0%로서 역시 2010년말의 10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율은 2008년 143.0% 2010년 108.5%, 2012년 159.0%, 2014년 124.0%를 거쳐 지난해 112.0%를 나타내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율은 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처럼 은행 건전성이 나빠진 이유는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부실여신은 증가한 반면,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 부실채권 정리가 다소 저조한 데 기인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을 상대로 부실채권의 신속 정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은행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경우 실물부문에 대한 원활한 금융지원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경제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 등을 통한 자산 클린화와 함께 적정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 내부유보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삐 뿔린 가계부채…경기 악화시 부실 우려=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가계부채의 부실 비율은 최근 6년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금리 인상 혹은 경기 악화 등의 위기 상황시 1200조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부실 채권으로 전락할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지적이다. 가계부채의 1200조라는 절대량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주 발표한 3월 ‘신흥시장 부채 모니터’ 자료도 한국의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19개 신흥국 가운데 2015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폭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3.59%포인트)이다. 한국은 3.45%포인트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도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1년 사이에 이 비율이 하락한 곳은 헝가리, 터키, 러시아, 체코,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불과했다.
IIF는 지난해 신흥국의 가계 부채가 3350억달러(약 389조4375억원)가 늘어나 8조달러(약 9300조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GDP 대비 3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15~20%)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초저금리로 인해 많은 신흥국의 가계들이 차입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IF는 전체적으로 신흥국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실물 경제 성장세를 앞서고 있다며, 특히 GDP 대비 가계부채 신용 갭(부채가 추세를 벗어난 정도)으로 볼 때 말레이시아(9.30%포인트), 태국(8.69%포인트), 중국(6.03%포인트) 등이 모두 6%포인트를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0.57%포인트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경제 성장세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인당 가계부채는 2만9000달러(약 3364만원)로 신흥국 중 셋째로 많았다. 1인당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싱가포르(4만2000달러)였고, 중국은 4000달러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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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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