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초유의 ‘편성전쟁’이 방송가를 흔들었다. 공효진 조정석 주연, ‘파스타’를 쓴 서숙향 작가의 ‘질투의 화신’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다. ‘편성전쟁’의 승자는 SBS였다.
사태의 시작은 이렇다. 앞서 지난 3월 KBS는 ‘질투의 화신’을 ‘함부로 애틋하게’의 후속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각사 드라마국이 시끄러워졌다. SBS가 “‘질투의 화신’은 KBS 편성이 불발, SBS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이 드라마는 ‘파스타’로 로코(로맨틱코미디)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른 서숙향 작가와 공효진, 거기에 대세 배우 조정석이 합류하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SM C&C가 제작하는 드라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알려지고 약 2~3시간 만에 드라마의 외주홍보를 담당하는 와이트리 미디어는 ‘질투의 화신’이 SBS 편성을 확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실 공식 자료가 나오기 이전 SBS 내부에선 이미 ‘질투의 화신’의 편성을 확정했다.
사태가 종결되는 듯 보였으나 방송가의 입장은 다르다. 난데없는 ‘편성전쟁’은 방송사에서도 초유의 사태라고 인지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대본이야 원래 방송3사를 중심으로 떠돈다고 하지만 타사에서 조건을 조율 중인 드라마를 채가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KBS는 지난해 가을 ‘질투의 화신’의 편성을 놓고 SM C&C와 세부 의견 조율을 시작했다. 올 한 해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등 유난히 대작 드라마의 편성이 많은 KBS로선 적당한 자리와 외주제작사와의 세부사항에 대한 조건에 대한 조율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월 KBS 드라마국은 ‘질투의 화신’을 ‘함부토 애틋하게’ 후속으로 편성했다고 밝혔고, 광고주에게까지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KBS는 외주제작사인 SM C&C에게도, 드라마의 편성을 가로챈 SBS에게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KBS 관계자들은 “이미 편성한 작품을 편성하는 SBS나 일방적인 통보 이후 타사로 가버리는 제작사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방송연예계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편성이라는 것이 정해졌다고도 엎어지고, 끝까지 갈 때가진 누구도 알지 못 한다. 기존 갑을 관계를 유지해왔던 방송사와 드라마제작사 사이의 세부 조건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성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공식적인 정리가 되기도 전에 파장이 커져 그간 업계 불문율을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KBS에서 편성 이후 엎었다는 이야기가 이미 돌았다. 그 상황에서 SBS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돈 되는 드라마’를 찾기에 혈안이 된 방송사들의 편성 전쟁은 예사롭지 않다. 뚜껑을 열기 전엔 누구도 흥행을 점칠 수 없으니 그간 지상파 방송사들은 소위 말하는 ‘흥행보증수표’들의 작품을 연이어 편성했다. 톱스타, 톱작가가 만나 광고주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고, 그 이름값으로 초반 화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올 한해 유난히 톱스타 톱작가들이 함께 하는 드라마가 많다. 올초 한 방송사에선 대형스타와 대형작가 드라마를 내놓기에 앞서 외주제작사들에게 해당 작품의 배우를 뛰어넘는 배우를 캐스팅해오라고까지 주문했다”고 말했다.
작가파워, 스타파워가 커진 데다, 그 대표작 격인 KBS2 ‘태양의 후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각 방송사들도 애가 탄 상황이다. 특히 SBS는 ‘태양의 후예’를 놓친 아픔에 공격적인 편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이영애 송승헌의 ‘사임당:허 스토리’, 아이유 이준기의 ‘보보경심:려’까지 품에 안았으면서도 여름드라마로 공효진 조정석과 서숙향 작가까지 수목드라마 자리를 내줬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편성에 상도를 망각했다”는 반응은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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