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때문이 이혼 미루는 부부 증가
-미성년 자녀 있는 부부 지난해 이혼 7965건
-이혼 비중 43.8%, 10년전보다 15.4%p 줄어
-옛날엔 자녀결혼후 이혼, 요즘은 대학입학후
-반면 20년 이상 부부 이혼건수 6201건 ‘최다’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 어린 아이가 있는 결혼 6년차 주부 A 씨. 그는 최근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도박 중독자 남편이 얼마 전엔 방월세 보증금을 끌어다 도박으로 탕진해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다.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결혼반지까지 파는 모습을 보고 없던 정도 다 떨어졌다.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가 눈에 밟혀 망설이고 있다.
#. 결혼 10년차 B 씨는 남편만 보면 답답해진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자신과 달리 남편은 꼼꼼하고 소심하다. B 씨는 “우리 부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다”며 “연애 기간엔 몰랐는데 남편의 부정적인 성격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학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쉽게 이혼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서울 부부의 이혼 비중이 최근 10년새 급격히 줄고 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서울에서 아이를 다 키워놓고 2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들의 이혼 비중은 3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9일 서울시가 내놓은 ‘2015년 서울시 혼인ㆍ이혼통계’를 보면 지난해 1만8176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나 전년(1만9477건)보다 6.7%(1301건)가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은 1.8건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건을 밑돌았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비중은 43.8%로 10년 전인 2005년(54.5%)보다 15.4%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들은 지난해 7965쌍이 이혼해 2005년(1만3844쌍)에 비해 절반수준(56.5%)으로 줄었다.
이 구간 이혼 하락세는 자녀 수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지난해 미성년 자녀 1명을 둔 이혼 건수는 4639건으로 6.3%(310건), 2명을 둔 이혼 건수는 2935건으로 9.9%(321건), 3명 이상을 둔 이혼 건수는 391건으로 14.3%(65건)가 2014년과 비교해 떨어졌다. 2005년보다 구성비는 각각 2.6%, 11.5%, 1.1% 줄었다.
반면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건수는 6201건으로 4년 이하 부부(3750건)보다 1.7배 가량 많았다. 전체 혼인지속 기간별 이혼건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34.1%로 껑충 뛰며 가장 높았다. 10년 전(22.2%)과 비교해볼 때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1.9%포인트 상승했다.
결혼 4년 이하 부부의 이혼건수(3750건)는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전년(4380건)에 비해 14.4% 감소한 수치로, 전체 이혼건수의 20.6% 수준이다. 2009년까지는 4년 이하 신혼부부의 이혼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10년부터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비중 감소 원인을 ‘우리나라의 교육열’에서 찾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단, 이혼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박충선 대구대학교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문제는 자녀 장래를 생각해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10년 전보다 변호사, 중재위원회 등 상담 기관을 접하기 더 쉬워진 게 이들 이혼율 감소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욱 변호사는 “미성년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 건이 줄어드는 건 자녀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우리 사회 경향 때문”이라며 “아이 학교 생활기록부에 부모가 이혼했다고 적는 자녀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예전에는 자식들 결혼시키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시기의 이혼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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