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북한과 대화 재개를 희망하거나 희망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기습 핵실험, 2월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3월 신형 방사포와 단거리미사일 발사 훈련 및 핵탄두 소형화와 재진입 기술 과시, 4월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연초부터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고 도발해왔던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 방침이 한결 완화되는 분위기다.

국제사회는 지난 3월 3일 역대 최강 수준의 북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이후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며 또 도발한 북한에 대해서는 결의안 채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북한과 한미 등의 ‘강대강’ 대치를 우려한 러시아가 극한 군사대치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

▶러시아, 한미 vs. 북한 갈등 조정자 자처=러시아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의 무수단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북한과 한미 양국의 군사활동 자제를 촉구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하고 있다”며 “동시에 러시아는 모든 한반도 문제 참여국들과 관련국들이 역내 상황을 악화시키는 길이 아닌 문제의 정치, 외교적 해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길로 나아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보리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 당일인 지난달 28일 비공식 협의를 열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추진됐던 언론성명 채택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안보리 언론성명에 한미 양국의 군사활동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잇따른 고강도 도발과 이에 응수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 등 강대강의 대치 국면에서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도 “북한과 대화 재개” 언급=미국 역시 북한을 둘러싼 분위기 반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이 12일 판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이날 이순진 합동참모본부의장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와 오울렛 초소 등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시작전권자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30일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에 나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6~9일 열린 제7차 조선노동당 당대회에서 남북간 군사회담을 개최하자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이 10일(현지시간)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이날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그런 회담(군사회담)이 열린다면 상호 신뢰 문제를 논의하고 충돌 위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 자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에서 분석관으로 일한 바 있는 칼린 연구원은 북한의 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휴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있음을 북한에서 이해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김정은 자신이 한국에 일종의 문을 연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 지도부 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마이클 매든 SAIS 방문연구원도 이날 토론회에 화상회의 형식으로 참여해 “북한의 제의를 그냥 거부함으로써 (대화 실마리를 찾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 당대회가 끝난 시점부터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되는 오는 8월 사이의 시간이 한반도에서 북한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적절한시기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지금은 오히려 제재에 집중할 시기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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